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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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을 애타게 원하는 사람만이 신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듯, 사랑을 구하는 사람이 사랑에 대해 끈질기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에 대해서라면, 나는 언제나 사랑에 간절한 박선우의 소설들로부터 배울 게 많을 것 같다.(신샛별(문학평론가))"


2018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며 주요 문예지에서 호평을 받았던 박선우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나는 누구인가'와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큰 주제를 통해 전형적이지만 예외적인 인물들이 다채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소설 속 인물들이 대체로 퀴어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데 '응, 사실 나는 퀴어야' 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자연스럽게 부대끼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 정도 된다는 느낌으로 녹아 있어 '퀴어 문학'도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소재가 됐구나 하는 느낌마저 준다.



"아마도 살갗에 내려앉은 온기가 내 안의 물기를 뭉근히 데워 증발시키는 감각 탓이었겠지.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바삭해지며 너를 잃었다."(p.73/ 빛과 물방울의 색)



"내가 발화한 문장이 너에게 가닿자마자 산산이 부서지고, 네가 바닥에 흩뿌려진 언어의 잔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보기만 하다가 다른 할 일이 생각났다는 듯 휙 뒤돌아서 가버리면 어쩌지." (p.102/ 느리게 추는 춤)



"그리하여 내가 큰마음을 먹고 감행한 일은...... 오후 근무가 시작되자마자 팀장님에게 인트라넷 일대일 채팅을 신청한 것이었다."(p.125/ 그 가을의 열대야)


"가까운 이들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하게 굴면서, 아무 상관 없는 이들에게는 쉽사리 다정하고 헤프게 구는 게 집안 내력이었으니까." (p.203/ 휘는 빛)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뒤에 아주 친절하게 해설이 붙어있는데, 해설을 봐야 내용이 이해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내 이해력이 짧은가... 생각도 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해설을 붙여놨으니 나만 그런 것도 아니지 싶기도 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건데 내 조바심과 바쁘다는 핑계가 제대로 된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유명한 소설가들이 극찬하고, 문장이 단정하면서도 표현력이 좋은 분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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