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이야기 -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영미 여성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 출간됐다.


우리가 한 명 한 명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루이자 메이 올컷'이나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뿐 아니라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이디스 워턴',흑인 여성 문학의 선구자인 '조라 닐 허스턴' 등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매력을 가진 영미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접할 수 있어서 읽기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주로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은 당시 사회적 제약이 있었음에도 어떻게 자신만의 글을 펼쳤을까...


<루이자 메이 올컷 - 내가 하녀가 되었던 경위>


너무나 유명한 '작은 아씨들'의 작가로, 자신의 경험을 가상화해 쓴 이 단편에는 당시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중시 여기는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여성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자존감 높은 여인을 만날 수 있다.


"이 직업이 내 체면을 깎는 일이라도 난 상관없어요.

귀족 조상들이 밥을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옷을 입혀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난 정직과 명예를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게으르거나 의존적으로 살 수 없어요.

(...) 끝에 가서 내가 완전히 실패한다고 해도 난 아무한데도 빚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할 거예요."


그녀의 하녀 경험은 사실 실패한 듯 했지만, 그를 통해 얻은 자신의 경험을 의연하게 풀어내면서 읽고 나서도 뭔가 흐뭇한... 훗날 작은 아씨들을 둘째 '조' 캐릭터에 본인의 성격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제인 오스틴 - 세 자매>


'오만과 편견'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열한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에 쓴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위해 결혼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당시 여성들의 삶을 풍자했다.


얼굴은 못났지만 결혼 적령기에 수입 좋은 와츠 씨가 세 자매에게 청혼을 하는데...

큰 언니 메리가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둘째, 다음엔 셋째 중 하나와 하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 하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이런 결혼에 무슨 사랑이 있겠나 만은... 사랑 대신 현실판 '된장녀'가 되기로 마음 먹은 메리는 '마차를 사라, 보석을 사라, 집을 꾸며달라'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귀엽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결혼... 요즘도 하지 않나...?


<조라 닐 허스턴 - 땀>


토니 모리슨 이전에 흑인 여성 문학의 선구자였던 그녀의 문학은 힘이 있었고, 당찬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매 맞고 핍박받더라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강한 생활력을 지닌 딜리아에게는 놈팽이 남편 사이크스가 있었다.

오히려 이런 남의 편 덕(!)에 더 강하게 설 수 있었겠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땟국물 담긴 내 양동이가 당신 두 손보다 당신 배를 많이 채웠어.

내 땀으로 산 집이니까 내가 여기서 계속 땀을 흘려도 괜찮겠지."



영미 여성 작가들의 글을 가볍게 맛보기 하는 책으로 딱이다.

작가들의 글들이 흥미로워 다른 책을 찾아봤더니 다행히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도 눈에 띄는데, 기회가 되면 장편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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