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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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의 책이 도착했다.

제목이 '인간의 피안'인데... 피안이란 단어가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여러 뜻 가운데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관념적으로 생각해 낸 현실 밖을 세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앞으로 인공지능 세상이 도래한다면 현재 남아있던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예술가, 작가, 감독, 디자이너 등 '인간의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기술이 발달해 인공지능이 이런 인간의 감정까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면...?


이 책에는 인간만의 감정이 가지는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6편의 단편이 있는데, 읽으면서 섬뜩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특히 인상깊었던 챕터는 <영생 병원>이었는데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그 이름도 유명한 '묘수 병원'을 두고 펼쳐지는 미스터리.

어머니의 죽음과 눈앞에 나타난 신인(新人) 사이에서 갈등하는 첸루이.

병원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백두루미와 연대해 병원을 압박하는데, 뜻밖에 밝혀진 사실 앞에서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우리가 알고 싶은 것과 알아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무엇이 원하는 바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고, 이 작가가 새삼 돋보였던 작품이다.


<사랑의 문제>에서는 인간의 집사인 천다가 그의 주인 가족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인간의 감정에 대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함이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천다는 왜 인간은 때때로 고통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법을 빤히 알면서도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려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기는 이제 스스로 지식을 받아들이며 업그레이드를 하고, 신들과의 접선을 통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이들이 보기에 한없이 나약하고, 한편으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선택과 방황, 그리고 결코 이해되지 못할 후회와 반성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나 스스로도 인간의 이런 감정들에 대해 놀랍기도 했고, 갑자기 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이 무슨 조화인가 ㅡ.,ㅡ;;)


"인공지능 시대에 모든 보통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일지도 모른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오징팡의 인간의 피안.

단순히 SF미스터리 소설쯤으로 치부하기엔 구성이 너무 치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실제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박사이자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건곤과 알렉도 이런 경험에서 나왔음이리라...)

그녀가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이런 소설을 쓴 이유는 뭘까?


"저 멀리 피안을 바라보는 건 우리가 서 있는 차안을 비춰보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하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을 것이다.

실패, 좌절, 애착, 반항, 비이성 등 인공지능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인간을 더 인간다워지게 한다는 것을, 우리 마음의 소중하고 고귀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며,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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