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사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소설집 [봄의 여행자]

봄의 여행자
무라야마 사키.게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4월

봄을 닮았지만 뭔가 환상적이고 오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 도착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 의 무라야마 사키와 게미(개미인줄...ㅡ.,ㅡ;;)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한 봄의 여행자.

세 가지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이야기들이 따뜻하다.

<<꽃게릴라의 밤>>

꽃을 훔치는 사람이 꽃도둑이라면 '꽃게릴라'는 공원이나 공터, 남의 집 정원 같은 곳에 몰래 꽃씨를 뿌리거나 알뿌리를 심는 일을 말한다.

사유리는 식물을 키우고 늘리는 공부를 하는 대학생. 리나는 그런 사유리를 좋아하고, 사유리와 꽃게릴라의 추억을 갖고 있다.

꽃을 몰래 심고 키운다... 얼마 전 읽은 미우라 시온의 '사랑없는 세계'가 문득 떠오르기도...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마음도 아름다울 것이리라...

그리고 리나도 자신이 동경하는 사유리처럼 강하게 자라리라.

"누군가를 동경하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그 사람을, 그 환상 속의 모습을 앞질러가.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봄의 여행자>>

'봄의 여행자는' 1996년 일본아동문학지에 발표되었던 글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책의 제목이 되었듯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다.

폐쇄를 앞둔 한밤중의 유원지. 그곳에는 '봄의 여행자'를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51년만에 지구로 오는 여행자. 그는 누구이고, 그들은 여행자를 만날 수 있을까?

"잘 있어요. 지구의 형제여"

<<또그르르>>

이 부분만 딱 떼어내 그림책으로 만들면 안정맞춤일 듯 하다.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여러가지 맛을 지닌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집 안을 밝히는 전구 색깔

어서와

반겨주는 색깔"

세 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화창한 봄날 우리를 맞으러 왔다.

특히 봄의 여행자는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진 은하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일러스트를 보고, 글을 여러번 다시 읽으면서 할아버지의 기다림을, 꼬마 아이의 기대감을 상상해본다.

단편이라 짧아서 아쉬움이 들지만, 책이 예뻐서 용서해준다. ^^

코로나로 지친 마음에 꽃 구경도 힘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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