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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나는 두렵지 않았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열다섯 살에 내 아픔을 끌어안았다."
유럽에서 14개의 문학상을 휩쓸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읽어보니... 대단하네!
가족에게 관심 없는, 폭력과 권위적인 아빠와 아메바처럼 살아가는 엄마와의 사이에서 동생의 순수한 미소를 되찾기 위해 세상과 싸우며 어른이 되어가는 누나...
그 과정은 우아하고 경이롭지만 외롭고, 한편으로는 눈물겨웠다.
이 아이에게 어른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어느 뜨거운 여름날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뒤 충격이 컸던 여섯 살 동생 질이 '시체들의 방'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며 누나는 결심했다.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 같은 질의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뭐든 하겠다고...
"나는 그것이 좋은 신호라고, 멈췄다가 다시 돌아가는 기계처럼 질의 안에서도 무언가가 순환되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이해했다." (p.50)
어린 나이에 죽음을 목격한 아이들의 상처를 어른이 보듬어줘야 하는데 여기에 부모는 없다.
방치된 아이들은 뜨거운 여름날, 한겨울보다 차갑게 얼어붙은 상처를 안은 채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했고, 엄마와 아빠란 존재는 어린 소녀에게 숨 막히는 짐이 될 뿐이었다.
이제 누나는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사고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한 타임머신 만들기 위해 계획에 착수한다.
그러나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의 노력은 한낱 어린아이의 놀이쯤으로 여겨지며 여기서 소녀는 또 한 번 좌절하지만 소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간다.
"이제 끝났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라는 작자들이 어쩜 그렇게 무책임하고 무기력할 수 있는지 화가 났다.
그리고 부모가 한 번도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것, 그래서 1인칭 화자가 등장하지만, 끝까지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
아이는 그 나이의 정서를 갖고 있었지만 아픔을 홀로 삼키면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화자를 만난다면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고 싶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름다운 시기의 너를 알게 되어 행복했고 ,앞으로 너의 미래에는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고,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아버지가 나를 '우리 꼬맹이'라고 불렀다.
이 짧은 두 단어는 반딧불처럼 내 귓속으로 들어와 가슴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며칠 동안이나 반짝거렸다."(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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