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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의 꿈
유미정 지음 / 달그림 / 2020년 2월
평점 :
바닷물고기 멸치에게도 꿈이 있었다네~
바닷물고기라고 하면 흔히 상어, 고래처럼 크고 뭔가 멋진 물고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와 가장 친한(!) 물고기는 멸치다.
그것도 크고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작은 아이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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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흔히 보는 아이라 크게 관심을 갖은 적은 별로 없었는데...
사천구백아흔아홉 번째로 태어난 멸치도 자신이 그물에 잡혀 마른 멸치가 되고, 몸이 분해돼서야 자신의 몸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창자를 발라놓아 머리만 덩그러니 남은 멸치들... 자세히 보니 표정이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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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의 손에 멸치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이 부분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갑자기 예전에 아빠가 좋아하시는 '꽈리고추 멸치조림'을 하기 위해 엄마랑 신문지를 펴놓고 소위 '똥 따는'일을 했던 기억이 났다.
사실 엄마가 거의 손질하고 나는 수다떨면서 멸치 얼굴을 자세히 봤었다.
특히 입을 벌린 멸치들을 보면 '억' 소리를 내는 걸까 '악'소리를 내는 걸까 궁금해했었던 기억도 있었고,
멸치들의 생김새가 다 다른 것에 신기해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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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이 마르고 난 뒤에야
다들 울고, 웃고.
소리도 치고, 화도 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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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과 함께 보는데 유난히 감성이 풍부한 첫째가 갑자기 눈을 닦는다.
"잉...? 너 울어?"
"그냥 눈물이 좀 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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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살짝 마음이 아린 느낌이었다.
식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머리와 창자...
그 아이들도 꿈이 있었다.
바다로 돌아가는 꿈...
그런 멸치를 보면서 꿈에 대해 유난히 인색한 요즘의 우리를 생각해본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
꿈이 있었지만, 지금의 삶이 고단해 꿈을 포기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나는 그런 꿈이라도 있었나? 싶었다.
꿈이라 생각할 수도 없는 단순한 목표 정도를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현실을 살아나가고 있는건 아닐까...
책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기니 작은 멸치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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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린 멸치가 많은 이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첫 그림책을 내놓습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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