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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바슐라르는 불이 단순히 화학적 현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사회적 공기(환경)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책 전체를 관류하는 몇 가지 콤플렉스가 눈에 띄는데, 그 첫 번 째가 바로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다. 인간은 어려서부터 불을 가지고 놀고 싶고 훔치고 싶고, 어른들 몰래 불장난을 하려는 원시적 열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장난기는 분명 어른들이 제시한 금기라는 사회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바슐라르는 소멸과 파괴의 불로서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를 말한다. 거기에는 화산의 이미지, 불나방의 열망이 있다. 방화범이 할 줄 모르는 것은 오직 화로에 불을 지피는 것 뿐이다. 



3.

불은 객관적 현상이기에 앞서 인간적인 어떤 원인이다.예컨대 전깃불은 보통의 불보다 더 많은 성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찰되는 것, 불타는 것, 전기를,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은 어떤 생식을 설명하는 듯이 보인다. 어떤 효용론에서 벗어나 선사시대의 인간이 불을 다루는 이유와 태도에 대해 고찰해본다면 우리는 불에 대한 성급한 결과의 도출이나 단순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원시인들이 나뭇가지를 이용해 마찰을 일으키고 불을 얻는 과정을 하나의 축제 속에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리드미컬하고, 즐거운 어떤 행위다. 원시인의 자의식은 분명 고통 속에서가 아니라 이런 즐거움, 축제 속에서 발견된다. (63)


연마, 마찰의 이미지로부터 바슐라르는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고 또 광석의 연마, 보석의 마광을, 애무하는 손길의 흔적과 연계하여 이해한다.다른 면에서 바슐라라는 프레이져의 <황금가지>에서 나타나는 불의 분석을 비판하면서 합리적 설명 대신 정신분석학적 설명으로, 동시에 유용한 것이 아닌 기분 좋은 것이라는 전제 하에 불을 해석할 것을 주문한다.


상징적 의미에서 불은 훔치는 것, 분노하는 것, 욕망하는 것, 성적인 것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바슐라르는 이러한 불의 이미지를 노발리스Novalis의 작품 속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이를 노발리스 콤플렉스라고 칭하며 마찰에 의해 발생한 불, 그 불에 대한 충동, 열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4.

불에 대한 사우는 집중된 힘을 향한 몽상의 기울기를 따른다. 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불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바슐라르는 性化된 불을 논하면서 불에 대한 성적 몽상, 이미저리가 연금술과 아궁이로부터 온다는 것을 지적한다. 성화된 불은 물질과 정신을 결합시키고, 관념들과 물질들을 서로 遷移시킨다. (106) 



5.

성화된 불을 다룰 때부터 바슐라르는 객관적 현상으로서 불을 동시에 주목하려 한다. 그리고 이 장에서 불에 대한 과학적 접근, 시인과 몽상가가 아니라 화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의 접근 속에 혼란한 상태로 축적되어 있는 불에 대한 직관들을 언급한다. 불의 실재성, 실재화에 대한 인식은 일반 사람들 뿐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인식되어왔다. 예컨대, 인간의 몸 속에 불이 있다는 주장, 별이 빛(불)을 먹으며 빛나다가 소멸에 이른다는 것, 뜨거운 본성을 가진 식물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러한 실재적 불의 이해는 점차 은유화 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실체로서의 불은 늘 객관적 판단들을 왜곡시키고, 어떤 내밀한 힘을 간직한 채 이해된다. 다시 말해, 불만큼 사람들의 인식 속에 왜곡되고 오해되는 물질(?)은 없다. 체온계를 처음 만들 때, 온도의 기준점이 되는 것은 사람의 체온이었다. 이러한 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은 불꽃이 붙어있지 않는 불이라는 개념, 생명의 불이라는 관념을 이루는데도 일정 정도 작용한다. 아울러 불(열)에 대한 현학적인 몽상들이 덧붙는다. 

(*개인적으로 이 장은 바슐라르가 불의 반과학적 면, 비의적 면을 비판하기 위해 썼던 글을 수정하여 삽입한 것이 아닐까한다. 정리를 해보려고 했지만 단편적이고 모호한 관점들이 난무한다.)



6.

火酒, 그것은 불의 물이다.(155) 술은 위 속에 들어가 존재를 따뜻하게 덥혀준다는 점에서 내밀하면서도 객관적인 경험들을 수렴한다. 바슐라르는 어렸을 적 마을 축제에서 브륄로라는 화주를 만들어 마셨던 기억을 즐겁고 몽환적인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술잔 위에서 일렁이는 불은 분명 어린 그에게 이동하는 불이고, 약이고, 어떤 절절함이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바슐라르는 호프만의 작품 속에서 비치는 술, 펀치Punch, 불의 악마적 요소들을 주목한다. 알콜은 작품 속에서 언어를 풍부하게 하고 구문을 해방시키고 몽상과 환각을 자극한다.(161)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자연연소 사건은 19세기에 애주에 대한 어떤 은은와 농담들을 낳는다(붉게 탄 얼굴, 불 탈 것 같은 붉은 코 등). 



7.

불이 원죄와 악의 표지로 간주되는 것은 性化된 불을 언급했던 대목을 상기해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슐라르는 이렇게 오염(?)되고 부정적 이미지로서의 불 말고 그 대척에 선 淨化된 불에 대해 다룬다. 정화되고 순수한 불에 대한 가치부여로 유효한 근거는 불의 악취제거를 생각할 수 있고, 또 물질의 불순성을 소멸한다는 특성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여기서 불은 광석의 용해나 제련의 이미지를 상기시키고 나아가 인간 심성의 정화, 단련, 修德같은 도덕적 관념과 가치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밭을 정화하는 火田의 이미지는 잡초를 제거하고 대지를 비옥하게 하는 순수한 불의 작용을 잘 드러내는 표지 중 하나다. 


불의 가치는 순수 그 자체다. 바슐라르는 그것을 사랑에 견주며 릴케의 시를 인용한다. 

"사랑 받는다는 것은 오직 다 타버린다는 것. 사랑하는 것은 밤에 켜진 아름다운 램프의 빛."


(*개인적으로 바슐라르가 불의 내재성이나 순수한 이미지에 대해 말하면서도 종교적, 성경적 불에 대해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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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ave had a profound paradigm shift about the whole earth. We know it now as a jewel in space, a fragile water planet. And we have seen that it has no natural borders. It is not the globe of our school days with its many-colored nations. 

                                                                                          -Marilyn Ferguson


우리는 전지구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이 우주 속에서 물을 가진 깨지기 쉬운 행성이자 보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본래 경계선이 없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학창시절 알록달록한 색으로 그려진 지구본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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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we would be able to live in this world more peaceably if our spirituality were to come from looking not just into infinity but very closely at the world around us—and appreciating its depth and divinity. 

-Thomas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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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only logical that the pauperization of our soul and the soul of society coincide with the pauperization of the environment. One is the cause and the reflection of the other.

                                                                                                -Paolo Soleri


우리 영혼과 사회의 빈곤화가 환경의 빈곤화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하나는 다른 하나의 원인이자 그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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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해 볼 몇 가지 

-P64에 플라톤의 원인론을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로 환원하는 논리적 비약

-P72본질주의적 사고방식을 기성세대나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듯이 보는 견해



주요개념들

1.

-본질에 대한 사후적 구성의 원리

-플라톤: 에이도스, 그것 자체와 분유/상기설, 상기이론(아남네시스, anamnēsis)

-아리스토텔레스: <범주론>에서 제1실체(개별자)와 제2실체(보편자)/ 개별자가 없으면 보편자는 존재할 수 없다. 특정한 존재는 질료와 에이도스의 결합체다. 



2. 

-루크레티우스<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플라톤의 원인론: 데미우르고스(제작자), 에이도스(형상), 휠레(질료)

-루크레티우스의 빗방울과 클리나멘, 우발적 조우를 통한 생성

-경제결정론에 대한 알튀세르의 비판< 철학과 맑스주의 (우발성의 유물론을 위하여)>



3.

-파르헤지아Parrhesia

-에피쿠로스 학파는 소수에 의해 독점된 쾌락을 모든 사람에 허용할 것을 주장. 공동체 생활(에피쿠로스 정원)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에텍테토스의 오해와 비판

-전체 자연과의 질서와 조화를 꾀하려는 스토아학파/아파테이아(정념의 부재)

-스피노자의 <에티카>나 들뢰즈 사상에서는 스토아사상과 에피쿠로스사상을 동시에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면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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