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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저자의 사진이 담긴 책 띠지를 걷어내자 하얀색 표지가 드러났다. 가만히 보니 하단에 회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진 띠 같은 게 보인다. 출처를 알아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한 작가의 사진이다. 본문을 살피니 띠로 보이던 건 벽이었고, 실제 사진은 그저 흰색이 아닌 겹겹이 쌓인 구름처럼 보였다. 제목은 <시간의 그림>이다.
책 제목을 생각하며 사진을 잠잠히 들여다본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처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가보다.
<마음으로 사진 읽기>(중앙북스. 2013)는 사진심리학자로 알려진 신수진 교수가 읽어주는 ‘사진 속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우리나라 대표 사진작가 35인이 찍은 130여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저자는 수록된 사진들을 기억, 관계, 꿈, 떠남, 즐거움, 감각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각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언뜻 보면 책 속에는 일반 사람들에게 낯선 사진들도 제법 있다. 특히나 사진이 카메라 앞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도구라고만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욱이. 하지만, 저자는 각 장 시작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사진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다. 이어 각각의 사진이 어떻게 찍혔고, 작가의 어떤 마음이 반영되었는지,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담담히 풀어낸다. 저자의 설명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저자의 시선을 따라 보이는 사진 속,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동양인 최초로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편집장을 지냈던 사진작가 김희중이 찍은〈봉은사 가는 길〉(하단)을 들여다보자. 신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사진은 김작가가 1955년 고1 때 찍은 것으로, 10대 소년의 순수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본 풍경을 담고 있다. 50년하면 대개는 잊고 싶은 시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10대 소년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사랑스러운 1950년대의 기억을 갖게 된다.

저자는 사진이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닌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에는 피카소가 우연히 만난 신사와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그 신사는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피카소임을 알게 되자,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실재를 왜곡하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피카소는 그에게 실재라는 것의 믿을 만한 보기가 있다면 그것을 보고 싶다고 했고, 신사는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요! 진짜 사진이죠. 내 아내와 정말 똑같은 사진이요.” 그 사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피카소의 반응은 명쾌하다. “당신 부인은 끔찍하게 작군요. 게다가 납작하고요”
피카소는 추상화를 비아냥거리는 신사의 태도에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신사는 사진처럼 그림도 그저 단순히 사실을 담아내는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피카소의 시각은 달랐다. 피카소는 사진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결국 보는 이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림도, 사진도 달리 보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와 같이 저자도 이 책을 통해 사진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의 모습과 표정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사진작가 35인이 찍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이끈다. 우리가 비록 사진가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익히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책을 읽는 내내 작가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저자는 가난을 장애로 여기지 않는, 천진하면서도 처절한, 그러면서도 후회 없이 사는 작가들의 열정과 삶이 부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신수진 교수는 사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내게 낯선 사진의 세계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좋은 안내자였다.
이후 어디선가 사진들을 접해도 새로운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사진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다시 책 속 사진들이 들여다보았을 때 사진 속 기억을 더듬고, 사진을 통해 다시 나를 보고, 꿈을 꾸고, 용기를 배우게 되리라. 더 나아가 사진 속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며 감각의 지평을 넓히게 되는 순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