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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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 때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던 책이지만 그 당시 나는 이 책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이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치고 잊고 살다가, 원장님께서 이번 개원 이벤트를 통해 이 책을 추천해 주셔서 읽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를 읽기 전에 나는 엄청난 선입견을 갖고 있었었다

어디선가 이 책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얼핏 들어서 무교인 나는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다가 나의 성향과 너무 맞지 않아서 중간에 독서를 중단할 것 같아서 걱정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왜 연금술사를 지금에야 읽었는지 후회가 됐다

이 책을 20대에 읽었더라면 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연금술사는 내게 어린 왕자같은 책이다

어린 왕자를 초등학생 때 처음 읽었을 때 그 책이 와 닿지 않아 어려웠는데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자 완전 새로운 책으로 느껴지듯 이 책도 만약 내가 처음 이 책의 존재에 대해 들었던 중학생 때 읽었더라면 성인이 되어 읽은 지금처럼 와 닿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이 책을 펼쳐 들고 에서부터 도대체 어떻게 나르키소스를 애도하는 호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너무 놀라웠다

문학 작가의 재능은 타고 나는 것 이라고 하던데 나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라고 생각 했는데 이 책이 내 마음의 경종을 울리며 날 파도치게 만들었다.


연금술사에서는 주인공인 산티아고부터 시작해서 노인, 영국인, 크리스탈 상점 주인, 연금술사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참 나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책 초반 오만하고 아집 있는 산티아고를 통해 내가 투영되어 보여서 답답하고 창피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신의 말을 들으며 자아신화를 찾아가는 산티아고를 보고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졌었던 산티아고도 보물을 찾았는데 나라고 못 찾을 이유는 없다

나는 항상 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만 믿고 사는 자신감 가득한 사람이니까!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 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라고 한다. 대단히 유명한 구절인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 것인가


나는 사실 내가 원하는 바를 망각하지 않으려고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다닌다

(문학)작가가 되고 싶다고 주변에 알리고 다니면서 부끄럽게도 내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은 딱히 없다

현재의 나의 모습은 산티아고가 아닌 팝콘장수와 크리스탈 상점의 주인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탈 상점의 주인처럼 이루지 못 했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꿈으로만 영원히 간직하며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닌지, 프리랜서인 작가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더 안정적이고 수입도 일정해서 자아의 신화를 외면한 팝콘 장수처럼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를 하며 때를 놓치면 표지들도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가도,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 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이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라는 문장을 보고 조바심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기 때문에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빨리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끊임없이 귀 기울여 듣고 자신만의 보물을 찾길 바라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아직 자아의 신화를 완전히 외면했다고 하기에는 나는 아직 젊고 가능성이 많으며 무엇보다 이 책을 읽었으니까!



연금술사가 말하길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다고 한다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있어도, 사람들은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보물을 알아보지 못 한다고 한다. 한 개그맨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을 했듯, 사람들이 점점 바쁜 현대사회로 오면서 바쁜 현실에 눈이 멀어 보물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의도한 바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보물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각자 염원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고, 돈을 벌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쟁취해 행복해 하고 싶으니까

결국 삶의 모든 이유는 행복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만물에게는 저마다 자아의 신화가 있고, 그 신화는 언젠가 이루어 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존재로 변해야 하고 새로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이다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지고 변화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갈구하는 당신과 나는 이미 자신도 모르게 연금술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마음이 결코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매일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들을 살며 항상 보물의 존재를 믿으며 눈 앞의 보물을 놓치지 않는 행복한 고고학자가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다보면 삶이 마무리 되는 순간 나는 이미 연금술사가 됐기 때문에 이승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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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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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독서평을 썼었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날에는]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이다. (저번에 읽은 책은 두 번째 도서이다.) 나는 2021년도를 ‘기록하는 해’로 정하고 사소한 것 까지 다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자 책부터 시작해서 이런 실물도서에 이르기까지 난 한 해에 정확히 가늠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권-200권 사이로 책을 읽는데 올 해에는 그저 단순한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책을 읽고 될 수 있다면 최대한 기록해보기로 했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실물도서를 100권 이상 읽고 독서 다이어리에 책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기록하고 블로그나 다이어리 어디라도 그 책에 관한 감상평을 남기기로 목표를 세웠다. 아무쪼록 이 책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포문을 열어줄 도서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한 해의 목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짜고짜 의욕 과하게 평소 내가 선호하는 분야도 아닌 어렵고 두꺼운 책을 먼저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면 채 다 읽기도 전에 나의 의지가 꺾어버리거나 너무 부담스러워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이다. 이 책은 일단 가볍고, 187페이지라는 적은 페이지 수와 내 중지 끝에서부터 손바닥이 끝나는 부분까지의 높이로 된 작은 책이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듯 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에 아침 식사에 관한 정말 여러 얘기가 나온다. 호텔 조식부터 시작해서 술 먹고 다음날 해장을 위한 아침상 등등 많은 조식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가장 깊게 공감 됐던 것은 여행지에서의 조식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밥 먹는걸 참 귀찮아하고 싫어했다. 특히나 나는 아침잠이 많고 늘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저혈압(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서 무언가 행동을 빠르게 하는 것도 힘들고(물론 난 평상시 모든 행동이 좋게 말하면 느긋하고, 나쁘게 말하면 느려 터진 편이다.) 그 와중에 1시간 이내의 시간에 위장에 음식을 밀어 넣는 일은 더더욱 고역이다. 그래서 늘 아침에 알람을 듣고도 20-30분은 뒤척거려야 겨우 일어 날 수 있는데, 그렇게 늑장 부리다가 준비하는 아침은 늘 짧고 촉박한 시간과 씨름만 한다. 보통 기상 후(여기서 나의 기상이란 잠에서 깨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나는 기상했다고 친다.) 2시간은 지나야 드디어 목구멍 안으로 음식이나 물을 밀어 넣을 수 있을만한 상태가 되는데 이 시간에는 아주 격렬한 배고픔에 시달려서 꼭 무엇이던 먹게 된다. 이런 습관이 자리 잡힌 건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던 스물일곱 2월부터였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여행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는 편인데 나는 엄청난 계획중독자로써 내가 세운 계획들을 실천 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고, 지쳐서 계획을 다 실행 못 시키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나에겐 조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나 장기 여행에서의 조식은 언제 어떻게 식사를 하게 될지 모르니 다시 잠드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경건한 의식 같았다. 2달을 여행하는 덕분에 아침아 먹는 것이 나에게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작가도 말했듯 하늘에서 먹는 기내식은 특별하다. 장거리 비행에 있어서 가장 기대하는 바를 손에 꼽으라면 하늘 위에서 먹는 기내식이다. 각 항공사마다 기내식의 특색이 다르고 항공권 값에 다 책정된 것이겠지만 당장 돈을 지불하고 먹지는 않으니 무료로 제공받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 기분이 좋다. 책을 읽는 것도,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 감상에 지쳐 하늘 위에 떠있는 이 순간 자체가 몸서리치게 지겨워 질 때쯤 나를 활력 돌게 만드는 것은 단연 기내식 소식이다. 물론 기내에서 먹는 조식은 어느 항공사나 메뉴는 다 비슷비슷 하다. 소화가 잘 되게끔 요거트 그리고 샐러드, 데운 빵과 따끈한 달걀요리와 신선한 과일 정도. 그럼에도 늘 설레게 되는 무언가 특별한 부산스럽고 혼잡한 분위기가 참 좋다.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먹는 행위를 즐기지 않아 나도 작가처럼 아침밥 문제로 부모님과 참 많은 갈등을 빚었다. 왜 꼭 바쁘게 나가려고 할 때 엄마들은 밥을 먹으라고 하는가? 아니면 아무런 약속도 끝내야 할 일도 없이 전날 늦게 잠든 주말에 아침부터 왜 당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나와 아침을 먹으라고 할까?

책의 내용처럼 아침을 제공하는 주체자의 입장으로써 생각을 해보면 다시 여러 번 차리기 수고스러움도 있을뿐더러, 따뜻한 음식을 제 때에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공부하고 돈벌이 하는 일이 힘드니 든든히 먹여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 아침을 잘 거르는 사람들은 그 성의를 무시하고 투덜거리며 다시 잠들거나 집 밖을 나가버리고 만다. 출근이나 등교 시간의 바쁨에 가려져 그 시간에 맞춰 밥을 차리고 있는 엄마의 시간은 외 난 외면하듯 지워냈을까? 여전히 내게 눈 뜨자마자 식사부터 하라는 엄마의 말은 부담스럽지만 엄마의 말에는 얼마나 참을 인자가 많이 새겨졌을까 반성하게 된다.

 

 조식. 시간이 흐르면서 참 다양한 조식들을 경험해보게 됐다. 가까이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아침밥상부터 낯선 타국의 땅에서 호스트가 제공하던 조식, 하늘 위에서의 조식, 전날 술을 거나하게 달려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살기 위해서 밀어 넣는 조식, 공부를 하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 두뇌가 깨어난다며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 넣었던 아침 등등. 앞으로 난 얼마나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조식을 접하고 맛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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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 음식 :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띵 시리즈 2
미깡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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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내가 자주 애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사은품 받기 위해 금액 채울 괜찮은 책이 없나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이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과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과 세트인 책이다. (저자는 다르다.) 이 책을 맨 처음 발견 했을 때, 나는 솔직히 그다지 과음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조금 동떨어져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승언 언니에게 “이 책, 딱 언니를 위한 책이네.”하며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제목만 보고)추천했던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읽으면서 사색에 잠길 것도, 뭔가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도 전혀 얻을 수 없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읽으면 딱인 가벼운 해장에 관한 에세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글쓴이는 해장으로 양평해장국과 평양냉면을 최고로 뽑는 사람인데, 유독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냉면에 대해 갑론을박 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다가

“김치찌개를 먹으니 을지로 ‘은주정’이 생각나네. 거기 진짜 맛있는데.”

라는 내용이 나와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해당 페이지를 촬영해 승언 언니에게 보냈다.

TMI인데 예전에 언니와 내가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에(사실 을지로 맛집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건지 어쩐 건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언니가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전형적인 한국의 맛이 그리워서 반드시 가는 쌈싸먹는 김치찌개집이라고 알려줬던 맛집이라 책 속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여담이지만 꽤나 최근 외래팀 구성원들이 술 한 잔 걸치러 은주정에 갔었지만 본인은 컨디션 저조로 한동안 술을 자중했던 터라 이야기만 듣고 은주정에 가보지는 못 했다.

 

 그 외에도 서울에서 손꼽히는 평양냉면 맛집이란 맛집은 책에 다 리스팅 되었고(어디는 어떻더라 하는 맛집 소개는 아니고 정말 언급만 한다.) 내가 아는 수원의 만두 맛집 ‘연밀’도 책에 언급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나는 먹는걸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맛집을 알아내는 것을 은근 좋아하는데 내가 아는 맛집을 책에서 보다니 왜인지 동지애까지 생기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더불어 각 나라별로 해장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는데, 그 대목을 읽으면서 작가가 진정한 술꾼이다 싶었다. 각 나라의 독특한 해장 법이나 해장 음식을 소개해주던 중에 중국에서는 계란 오이 국을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해서 당장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내가 만들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언젠간 한 번 해 봐야지 하고 레시피 메모도 벌써 해놨다.
 또, 폴란드 사람들은 해장으로 피클 국물을 마신다는데 이게 정말인지 궁금해서 폴란드인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확인 해 봤더니 정말이라고 한다. 피클 국물에 비타민C가 많이 들어가있어서 해장에 도움을 준다는 친구의 답변을 받았다. 내가 작년에 폴란드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내 인생의 정말 역대급으로 술을 빨리 많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보드카를 마셨다지만,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다음날 숙취로 고생을 할 때 폴란드인인 친구들이 피클 국물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과연 저 말이 사실인지 궁금했었는데 아무튼 그 얘기는 사실인걸로^^!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각 팀마다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른데 우리팀은 유독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구성원들이 참 많다. 가끔 출근했을 때 골골거리는 몰골로 들어오는 구성원을 보면 ‘음, 어제 거나하게 달렸구만.’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우리팀 구성원들이 생각이 나서 피식했다. 누구나 숙취에 시달리면 하는 말이지만 “나 이제 진짜 술 끊을 거야!!”라는 다짐은 나는 물론 당신도 수 없이 내 뱉는 거짓말이다.  물론 그렇다면 나는 아니냐고 물으면 나도 맞다. 물론 요즘은 자중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술이 너무 안 받아서 웬만하면 과음 하지 않으려고 술을 자중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기억이 끊길 정도로 마시거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중간 중간 지하철 역사내의 의자에 벌러덩 누워있던 경우도 있었고 부모님이 지하철 역까지 데리러 온 적도 많아서 차마 부정하기 힘들다. 그 다음날에 간신히 출근은 했지만 엄청난 숙취로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리까리 했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엄청 혼나고 이제 술은 자중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제발,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이 책의 제목인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 오지 않기를 빌며 이만 글을 줄여본다. 이제 2달 후면 빼도 박도 못하는 완전한 30대인데 정신 차리고 술 줄이고 건강 관리에 힘 써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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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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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 하자면, 이 책은 사은품 받으려고 5만원으로 책값 맞추느라 급하게 끼워 넣은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18년도 말에 나온 책인데 이 책을 좀 더 어린 날에 내가 읽었으면 덜 헤매고 덜 아파하면서 커오지 않았을까 하고 많이 아쉬웠다.

 이 책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갖은 어른이로 크다 보니 지금의 나에겐 적용할게 별로 없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쉽게 휩쓸리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더불어 나의 직장중 1진료실이 유난히 환자분들의 말이 길어지고 사소한 트집을 잡고 예민한 성향의 환자분들이 많으니 추후 1진료실을 담당하게 될 선생님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사실 살다 보면 남의 감정에 휩쓸리거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순간이 있거나 그런 경향의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학생때의 나는 참 타인에 시선에 휘둘리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더 잘 보일 수 있을지 ‘나’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더 중심을 두고 생각하고 행동해왔던 때가 있었다.

그럴수록 진정한 나를 더 꽁꽁 숨겨두고 타인을 위해 만들어진 나만 보여주게 됐고, 그 타인을 위해 만들어진 나는 심지어 타인에게 그다지 좋게 보이지도 못 했다. 

 

 이 책에서 계속 던지는 메시지는 ‘타인은 전혀 신경 쓰지 말라’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맞춰 살지 말고 일단 우선 ‘중심을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말고 나에게 둬라.’이다.

사실 약간 이 책에서 말하는게 ‘물은 답을 알고있다’와 같이 좀 유사과학처럼 느껴지는데 그래도 어느정도 수긍은 가는 유사과학이여서 읽을만했다.

 

 여기서는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 신경세포는 타인의 동작을 볼 때 뇌 속에서 자동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낸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반응한다고 해서 ‘거울 뉴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남에게 금방 중심을 뺏기는 사람은 모든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타인의 감정이 옮았을 뿐 자신이 만들어낸 감각이 아니라고한다.

 여기서는 뇌가 항상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무선 랜과 같은데,이렇게 서로 다른 인간의 뇌끼리 현대 과학으로 측정 할 수 없는 주파수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가설을 이 책에서는 ‘뇌 네트워크’라고 칭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신이 누군가의 감정에 옮아서 타인에게 중심을 뺏길 때 마다 ‘암시’를 통해서 타인의 중심에서 벗어나는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아!!”하면서 끊임없이 마음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라고 시킨다. “마음아, 이 감정은 누구에게서 온 감정이니?”이러는데 약간…. 어떤 느낌이였냐면 “사랑해”라고 말을 들은 양파는 더 잘 컸고, “죽어”라는 말을 들은 양파는 잘 안 컸다. 했던 그 유사과학 실험이 생각나서 웃겼다. 하지만 상당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에 자신에게 말을 걸어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많이 힘들때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이 부정적인 마음들이 진정이 되고 힘든 마음이 가라앉을까 생각 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내가 이 사람은 이럴 거다 라는 편견을 갖고 있으면 뇌 네트워크에 연결 되어있어서 그 생각이 흘러가서 정말 그 사람이 그런 사람으로 인식 하게 된다고 한다.

 

 

 좀 논지에 벗어난 소리인데, 나도 첫인상이 사근사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편이다 보니 무뚝뚝한 편이라고 오해를 사기 쉬운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상냥한척을 했더니 오히려 어색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진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래서 애써 꾸미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놔뒀더니 응석 많고 애교 많은 내가 나왔다.

애써 상냥한척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내가 나온거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소리도 안 들었다. 

 

 1진료실에 유난히 극도로 예민하고 내 기준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불만을 갖고 말이 길어지는 환자들이 유독 많은데, 중심을 내게 안 두고 환자에게 둔다면 이 진료실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신경쇠약으로 끙끙 앓게되지 않을까 싶었다. 언젠가 김원장님이랑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는데, 그럴때마다 환자가 하는 말에 수긍을 하고 반응을 보여주지만 너무 깊게 공감하지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성향이 느긋하고 뭐든지 어떻게 되던지 '아무튼간 뭐든 되겠지.' 하는 사람이고 일을 미리미리처리 해놓고 여유있게 나머지 일을 해결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무언가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일이 많이 밀리면 중심을 잃고 많이 당황하는 타입인데 그럴 때 마다 이 책에서 알려준 암시 방법을 사용 한다면 중심을 잃지 않고 좀 침착하게 일을 처리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최원장님이랑도 무슨 얘기를 하다가 이 책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쪼록 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아무튼 그 때 얘기 나눴던 것 처럼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잃지 않고 항상 중심을 나에게 두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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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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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유럽으로 떠나기 전 친한 남동생에게 빌려서 봤다가 홀딱 반해서 구매하게 된 책.

 

책 제목도 ‘관계의 물리학’이라니 얼마나 그럴듯하고 멋있고 문과 감성에 이과적 사고를 녹여낸 제목인지 책도 아주 술술 잘 읽혔다.

 

한 번은 정말 인간 관계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을 때 읽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소중한 사람이 생겼을 때 읽어서 느낀 바가 그 전과 달랐다.

 

 

관계의 우주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귄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일이고,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닮아가는 일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에 스며드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에 당신과 내가 너무나도 성향이 달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가 당신과 나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당신의 내면에 반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내 말버릇이나 행동을 닮아가는 당신을 보며, 당신을 닮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우리의 관계가 진전이 되고 내가 당신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종을 심을 때 마냥 가까이 심지 않듯 사람과의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정해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서로 상처를 내는 일도, 상처를 받게 되는 일도 없을 텐데…
좋으면 좋아서 꼭 그 관계를 붙들고 있게 되고, 멀어지면 멀어질 까봐 꼭 붙들게 되고 결국에는 나의 욕심으로 억지로 붙들고 있던 관계에 상처만 남는 것 같다.
당신과 나 사이에 최적의 거리가 어디일까?

 

 물론 책에서처럼 당신과 나 사이에 천국과 지옥이 있고 당신과 나의 마음속에 따라 서로 천국을 보여줄지 지옥을 보여줄지 결정되게 된다고 하는데, 항상 당신에게 천국을 보여줄 수 없을까?

 

그건 나의 욕심일까?

 

 

 호의가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 여기는 그 순간이 관계의 첫 균열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한다.
겪어봐서 알면서도 가깝고 친해지면 나도 모르게 그 관계에 있어 방심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
‘나랑 친하니까 이 정도쯤은 이해해주고 넘어가 주었으면…’ 하는 못된 마음들이 쌓여서 상대가 소홀과 무례를 느껴 그 관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고 나 자신이 알아 차리게 된 때는 이미 늦으니 방심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항상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갖고, 표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의 관계가 나의 방심과 자만으로 멀어 지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는 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 관계를 놓쳐버리며 후회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
10대 때에는 한 서른이 되고 나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달인이 되거나 능숙해 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당신과 나의 관계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될 수 없고 흥정 할 수 없는 절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이 상당히 자기 자신에게 자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사람의 생각과 배경과 행동을 완벽하게 이해 할 수 없고, 같은 부모님 밑에서 나고 자란 나와 동생의 사고도 이렇게 다른데 누가 누구를 이해하며,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가 '그 사람의 마음에 가서 과연 와 닿을 수 있을까?' 하고 나는 그 부분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이어서. 그 어떤 위로나 말로도 상대방이 맞닥뜨린 일들을 치유하거나 변화시켜주지 못 한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기를 그래도 우리는 이해한다고 말을 하고 위로를 함으로써 우리의 관계를 확인하고, 위로를 받음으로써 나의 존재를 인정받게 된다고.....

 

 

 내가 당신을 만나서 좋은 인상을 받고, 당신을 자주 만나고,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그렇게 질량을 갖게 된 감정은 가까워질수록 끌어당기는 힘도 커진다고 한다. 서로의 인력은 햇볕과 빗방울을 끌어당겨 사과 나무의 잎을 피우고 사과가 가지에 매달리게 하고, 그 사과가 땅 위로 떨어뜨리게 만든다고 한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일은, 그러므로 지구에 안유인력이 작용하도록 만들고, 지구의 모든 사물이 흐트러지지 않고 올바로 서도록 만들고,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아름다운 질서를 창조한다고 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말하고 흔하게 정의하고 노래에 지겹게 등장하는 그 감정 하나가 지구와 태양과 달이 친밀하게 공존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의 온도가 이 천체의 존속에 공헌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말을 받아들이고 해석 하는 것은 마치 인상파 화가와 같다고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사물을 보이는 색깔대로 그리지 않고 어떤 화가의 그림에서 사과는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그림에서는 노란색으로 칠하기도 하고 그때그때 자신의 심상에 따라 사물들이 다르게 인식이 되고 표현이 되니까.


그러고 보면 말도 참 그런 것 같다. 똑 같은 말을 내 뱉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마음에 칠해진다. 말의 화살은 쏜 사람에게는 흔적이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마음이란 과녁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게 된다. 말은 하는 자의 소유가 아니라 듣는 자의 소유가 되니까.
내가 아무리 장난으로 한 말이 당신에게 와 닿아서는 상처가 되듯이…


 사실 이건 오늘 있던 아주 따끈따끈한 일인데, 점심때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나에게 “너가 그럴 때 마다 무서워.”라고 했다.


종종 다른 사람에게 무섭다는 말을 들어와도 그건 결코 상처가 되거나 내 과녁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당신의 입에서 나온 그 ‘무섭다’라는 단어가 내 과녁에 와서 크게 자국을 남겨버렸다. 생각보다 큰 자국이 남아서 나 스스로가 그 자국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잠깐만 전화를 끊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말이었고, 나의 날이 선 반응에 당신도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았지만 일단 그것과는 별개로 내게 그 말이 상처가 되었다는게 내겐 더 컸다.


‘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근데 내가 무섭다고? 왜? 내가 뭘 잘못 했는데? 어느 포인트 어느 부분에서 도대체 어디가 왜? 다른 사람들이 그래도 당신은 내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거 아니야?’하는 마음에….


내가 당신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별거 아닌 마음에 이렇게까지 혼자 놀라고 상처받은 내가 어이가 없었다. 오늘 일을 살펴보면, 말은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에 따라서도 흔적으로 남을 수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으면 타인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야?’하고 물어보기 보다는, 평상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사는지 스스로 살펴 봐야 한다고 한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고, 사고하는 방식을 바꾸고, 말하는 태도를 바꾸면 된다고 한다. 성격은 바꾸기 힘들지만 말의 색채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니까.


 사람의 심장에 보관된 말은 소멸 시효가 없다고 한다. 심장에 박힌 상처가 된 말은 말의 주인과 상관없이 한 존재의 일생을 잔인하게 갉아먹는다고 한다. 나도 15살 때 누가 내가 웃을 때 윗 잇몸이 많이 드러나서 징그럽다는데 그거를 확인 하고 싶다고 갑자기 내게 “야, 한여린. 웃어봐.”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 이유를 알고 나서 그 무렵의 나를 참 잔인하게 갉아 먹었다. 어디를 가도 속 편하게 웃지 못 했고, 혹시나 내가 활짝 웃으면 누군가에게 추하게 보일까봐 의식적으로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게 되고 최대한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 말이 참 나를 많이 상처 입히는 때가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항상 조심하고 싶다. 당신들의 마음의 과녁에 엉망으로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감정이 메말라 간다고들 한다.
이 책의 작가도 그렇다고 했지만 나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고마워하고 사랑하고 미안해 하는 감정은 마음속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감정이 메말라 가는게 아니라 그 마음을 표현하는 정성이 메말라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사랑을 가둬두고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한테 종종 도대체 내가 왜 좋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내가 참 표현을 많이 해줘서 좋다고 한다. 예전에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친구들이 나에게 어찌보면 좀 오글거리는 말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표현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했다.

 

 

아낌없이 주고도 펑펑 남는 마음을 왜 그렇게 아끼고 사는 것일까?
죽으면 쓸모도 없는 따뜻한 말들을 왜 그렇게 아끼고 안 쓰는 것일까?
사람의 감정은 표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 수 없다.


나는 오해와 서운함도 거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표현하지 않아도 당연히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하는 생각은 너무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알 수 없다.
일단 그리고 좋은 감정들이나 따뜻한 말은 나는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마음껏 표출하고 싶다.
내가 언젠가 당신과 나의 관계를 뒤돌아 볼 때 당신에게 더 좋은 말을 해줄걸, 따뜻한 말을 건넬걸,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다고 후회하지 않게.

 

 

 

 작가가 영국 런던의 해머스미스라는 지역에 갔다가 시내 한가운데에 마그러빈이라는 공원묘지가있는데 거기에 갔다가 놀랐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는데,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여행 하고 있을 때였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구글 지도를 보고 관광지라고 되어있는 곳에 발길이 닿으면 가곤 했는데, 한 교회(혹은 성당) 옆에 묘지가 많았다. 묘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침울하거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환하고 고요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 묘비석들도 다 제각각 개성이 다르고 죽은 사람의 애틋한 이름과 곧게 서있기도, 조금은 비뚤어진 형태로 서 있는 묘비석과 여러 천사 형상의 석조물들, 그리고 묘비 근처에 놓여있는 꽃들 사이로 햇살이 물에 물감이 번지듯 밝게 번졌다.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유럽의 묘지를 보고 마음이 참 싱숭생숭 했다. 한국은 아무래도 님비 현상으로 납골당이나 묘지는 도시 한가운데에 있지 않고, 보통 어딘가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숨겨져 있는데 이렇게나 도심 한 가운데에 버젓이 죽음이 존재감을 내고 있어서. 세상에 삶만 존재 하지 않는다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죽음도 존재 한다고...병원에서도 장례식장은 지하에 있고 화장터는 저쪽 멀리 벽지에, 무덤은 산속으로 밀려나 있는데. 그렇게 우리는 죽음이 마치 없는 것 처럼 안 보이는 곳으로 떨쳐내고 마치 죽음은 없는 것 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지구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지각에는 산소, 알루미늄, 철, 칼슘 등 90여 종의 원소가 존재 한다고 한다.

그중에 프랑슘이란 원소는 원소 중 맨 나중에 발견된 원소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좀 특별한 원소다. 

가장 불안정하여 반감기가 22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지각 전체에 존재 하는 양도 겨우 30g이 채 되지 않는 극미량. 그래서 과학자들이 프랑슘을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물질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미량으로 생성하는 행복 에너지가 87번 원소인 프랑슘을 닮았다고 한다.
보통 슬픔이나 우울, 좌절 등 무겁고 음습한 감정들은 오래 생성되어 있고, 행복이나기쁨은 프랑슘 처럼 금세 생성되었다가 사라져버리곤 한다. 즐거운 감정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 않으면 다른 어두운 감정들이 마음의 지각을 장악해버리고 마니까.


사람들은 행복해 지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들을 구사하며 살아가는데, 대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걸 선택한다. 이 관계를 잘 유지하는 동안 행복이라는 프랑슘이 분출되는 걸 직접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겠지.

행복은 금세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부지런히 내 안의 우물에서 펌프질을 해야 갈증을 해결 할 수 있고,

그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사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역치를 낮추어야 한다.

 

내가 나의 프랑슘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 또한 내 행복의 원천이므로 당신도 나의 프랑슘이다.

나의 프랑슘을 많이 생산해 내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당신에게 말한다.

너를 참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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