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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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독서평을 썼었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날에는]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이다. (저번에 읽은 책은 두 번째 도서이다.) 나는 2021년도를 ‘기록하는 해’로 정하고 사소한 것 까지 다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자 책부터 시작해서 이런 실물도서에 이르기까지 난 한 해에 정확히 가늠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권-200권 사이로 책을 읽는데 올 해에는 그저 단순한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책을 읽고 될 수 있다면 최대한 기록해보기로 했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실물도서를 100권 이상 읽고 독서 다이어리에 책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기록하고 블로그나 다이어리 어디라도 그 책에 관한 감상평을 남기기로 목표를 세웠다. 아무쪼록 이 책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포문을 열어줄 도서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한 해의 목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짜고짜 의욕 과하게 평소 내가 선호하는 분야도 아닌 어렵고 두꺼운 책을 먼저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면 채 다 읽기도 전에 나의 의지가 꺾어버리거나 너무 부담스러워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이다. 이 책은 일단 가볍고, 187페이지라는 적은 페이지 수와 내 중지 끝에서부터 손바닥이 끝나는 부분까지의 높이로 된 작은 책이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듯 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에 아침 식사에 관한 정말 여러 얘기가 나온다. 호텔 조식부터 시작해서 술 먹고 다음날 해장을 위한 아침상 등등 많은 조식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가장 깊게 공감 됐던 것은 여행지에서의 조식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밥 먹는걸 참 귀찮아하고 싫어했다. 특히나 나는 아침잠이 많고 늘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저혈압(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서 무언가 행동을 빠르게 하는 것도 힘들고(물론 난 평상시 모든 행동이 좋게 말하면 느긋하고, 나쁘게 말하면 느려 터진 편이다.) 그 와중에 1시간 이내의 시간에 위장에 음식을 밀어 넣는 일은 더더욱 고역이다. 그래서 늘 아침에 알람을 듣고도 20-30분은 뒤척거려야 겨우 일어 날 수 있는데, 그렇게 늑장 부리다가 준비하는 아침은 늘 짧고 촉박한 시간과 씨름만 한다. 보통 기상 후(여기서 나의 기상이란 잠에서 깨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나는 기상했다고 친다.) 2시간은 지나야 드디어 목구멍 안으로 음식이나 물을 밀어 넣을 수 있을만한 상태가 되는데 이 시간에는 아주 격렬한 배고픔에 시달려서 꼭 무엇이던 먹게 된다. 이런 습관이 자리 잡힌 건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던 스물일곱 2월부터였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여행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는 편인데 나는 엄청난 계획중독자로써 내가 세운 계획들을 실천 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고, 지쳐서 계획을 다 실행 못 시키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나에겐 조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나 장기 여행에서의 조식은 언제 어떻게 식사를 하게 될지 모르니 다시 잠드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경건한 의식 같았다. 2달을 여행하는 덕분에 아침아 먹는 것이 나에게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작가도 말했듯 하늘에서 먹는 기내식은 특별하다. 장거리 비행에 있어서 가장 기대하는 바를 손에 꼽으라면 하늘 위에서 먹는 기내식이다. 각 항공사마다 기내식의 특색이 다르고 항공권 값에 다 책정된 것이겠지만 당장 돈을 지불하고 먹지는 않으니 무료로 제공받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 기분이 좋다. 책을 읽는 것도,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 감상에 지쳐 하늘 위에 떠있는 이 순간 자체가 몸서리치게 지겨워 질 때쯤 나를 활력 돌게 만드는 것은 단연 기내식 소식이다. 물론 기내에서 먹는 조식은 어느 항공사나 메뉴는 다 비슷비슷 하다. 소화가 잘 되게끔 요거트 그리고 샐러드, 데운 빵과 따끈한 달걀요리와 신선한 과일 정도. 그럼에도 늘 설레게 되는 무언가 특별한 부산스럽고 혼잡한 분위기가 참 좋다.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먹는 행위를 즐기지 않아 나도 작가처럼 아침밥 문제로 부모님과 참 많은 갈등을 빚었다. 왜 꼭 바쁘게 나가려고 할 때 엄마들은 밥을 먹으라고 하는가? 아니면 아무런 약속도 끝내야 할 일도 없이 전날 늦게 잠든 주말에 아침부터 왜 당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나와 아침을 먹으라고 할까?

책의 내용처럼 아침을 제공하는 주체자의 입장으로써 생각을 해보면 다시 여러 번 차리기 수고스러움도 있을뿐더러, 따뜻한 음식을 제 때에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공부하고 돈벌이 하는 일이 힘드니 든든히 먹여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 아침을 잘 거르는 사람들은 그 성의를 무시하고 투덜거리며 다시 잠들거나 집 밖을 나가버리고 만다. 출근이나 등교 시간의 바쁨에 가려져 그 시간에 맞춰 밥을 차리고 있는 엄마의 시간은 외 난 외면하듯 지워냈을까? 여전히 내게 눈 뜨자마자 식사부터 하라는 엄마의 말은 부담스럽지만 엄마의 말에는 얼마나 참을 인자가 많이 새겨졌을까 반성하게 된다.

 

 조식. 시간이 흐르면서 참 다양한 조식들을 경험해보게 됐다. 가까이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아침밥상부터 낯선 타국의 땅에서 호스트가 제공하던 조식, 하늘 위에서의 조식, 전날 술을 거나하게 달려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살기 위해서 밀어 넣는 조식, 공부를 하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 두뇌가 깨어난다며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 넣었던 아침 등등. 앞으로 난 얼마나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조식을 접하고 맛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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