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해는 연간 2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한 검색광고 시장을 놓고 묵직한 움직임이 많은 해였다. 급 성장한 Google은 거대기업 Yahoo의 인수제의를 거부한 채 기업공개를 추진했고 이에 자극 받은 Yahoo는 Inktomi를 인수하는 등 검색광고가 e-Business 시장의 Killer App으로 검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버추어(overture.com)가 서비스를 개시했고 검색광고시장을 선도하던 NHN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던 중에 여러 포털 사이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때론 인터넷 기업들의 짧은 역사 탓인지 여러 가지 것들이 아쉬울 때가 많다. NHN은 한 때 제휴사였던 넷피아와의 특허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자사의 모든 역량(한게임 등)을 검색광고에 집중했고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NHN뿐만 아니라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젊은 나이들에도 불구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빼앗는 등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진입장벽도 없고 고도의 기술도 필요치 않은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서 게임의 규칙은 이미 사라진 듯 하다.

외국 검색엔진의 경우 수 차례 논란 끝에 검색광고에 “광고”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국내 검색엔진은 여전히 마치 우수한 검색 결과인양 네티즌을 희롱하고 있다. 똑똑한 네티즌이야 색깔 화려하고 맨 위에 있는 “추천사이트” 와 같은 것들이 돈 받고 올려준 것임을 알 테지만 많은 분들이 검색 결과에 실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검색엔진들이 점점 돈만 밝히는 金색엔진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쉬운 나머지 뭔가 찾을 일이 생기면 Google 툴바로 먼저 마우스를 옮겨가게 된다.

검색엔진이고 포털이고 호구지책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한편으론 인터넷을 깨끗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막상 돈벌이가 되는 어른용 막대그림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트라우마』를 볼라 치면 위고 옆이고 새 창이고 따라다니는 민망한 그림 때문에 회사에서 보는 것은 애당초 글렀다. 성인인증을 받는다지만 야한 키워드에는 야한 그림으로 정직하게 보답한다. 검色결과는 정확한 것이다.

또 한가지 2003년 한해 BLOG라는 단어가 참 유행한 것 같다. 가슴 아픈 전쟁을 통해 생뚱맞게 등장한 Blog라는 놈들은 쉽게 달궈지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금새 입양되었다. 허나 만들어놓은 꼴은 애초의 모양새를 완전히 잃어버려 ‘한국化’라는 말로 어찌 해보기엔 참 곤혹스럽다.

우리 인터넷에는 역사나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 인터넷이 이만큼 오기까지 바네바 부시의 MEMEX라는 황당한 상상도 있었고 엥글바트나 팀 버너스 리의 희생 또한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인터넷을 깊이 있게 하는 그 뭔가가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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