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의 난
오사와 아리마사 / 이성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출판사 : 이성
종류 :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스포일러 수준 : 低
평가 : 가볍게 읽기 편한 추리소설.



오사와 아리마사라는 사람이 지었고, 한 십이년쯤 전에 이성출판사에 나온 책이다.
지난 학기엔가 길거리에서 800원 주고 사오고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최근 몇일 동안에 심심풀이로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었다. 사왔을 때는 몰랐는데 <신주쿠 상어>라는 시리즈물이었다. 2편 독원숭이를 먼저 읽고 3편인 주검의 난을 다 읽자, 감상을 쓰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내게 맞는 소설이었다.

이 책에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이 책을 살 때도 꼴랑 그 수식하나  때문에 덥석 집어들었긴 했다. 그땐 한참 추리소설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황금가지에서 나온 밀리언셀러 시리즈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 말고 일본인이 쓴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책을 읽고 추리소설에 버닝하게 된 거였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에도 '일본 최초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었다. 하드보일드고 뭐고 하는 장르는 아무리 들어도 거진 찜쪄먹는 나는, '일본의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이 두 권의 책으로 마음속에 정리해버렸다.

그럼 내가 '하드보일드'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이 무엇이었는지 말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특징적이다, 혹은 바닥에 깔고 들어간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드러나 있는 치밀한 사전조사이다. 난 사람 죽이는 방법이건 일본의 경찰제도이건 눈꼽만큼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자칫하면 붕 떠버릴 수 있는 이야기를 붙잡아 현실에 안착하게 만드는 이런 사전조사는 - 작가가 아니라 '그 쪽 세계'의 사람에게서 "내가 소시적에 이런 일이 내부에서 있었는데..."라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꽤나 간결하고 객관적인 문체를 쓴다. (조금은 설득당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내용의 진실성과 이런 문체는 잘 어울린다. 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받는 건, 가끔 드러나는 작가의 사회 문제에 대한 폭로이다. 특히 일본의 경찰조직의 모순이 다른 언급된 여러가지 문제들에 중심적으로 작용한다.

비판적인 작가의 시점은 직접적인 언어를 통해 강력히 서술 되는데, 이것 참 괜찮았다. 창룡전이던가, 하는 것은 너무 비비꼬아주는 면이 있어 되려 부담스러웠는데. 비록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해결책까지 제시한다면 폭로가 아니겠지) 성실하게 '이런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게 얼마나 귀여운가. 우리네 순수소설이라는 것들은 안으로,안으로 은유와 상징을 통해 깊이있게 자신 안에 꼭꼭 숨어들어가고 무슨 미로찾기 하는 것처럼 독자를 헤메게 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물론 모든 소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논조를 띈' 소설은 얼마나, 지극히, 솔직하신지!

사건의 진행 또한 재미있었다. 마치 <춤추는 대수사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2권 독원숭이에서는 등장인물도 별로 없고 있는 등장인물마저도 캐릭터성이 좀 어거지다 싶었는데, 3권에서는 등장인물이 많아진데다 개성있고 적당히 배치해놓아서-(죽기도 많이 죽었다.) 읽는데 즐거움이 더했다.

이것저것 재어보고 결정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후미에라는 여자다. 혼자 는, 그러나 꼼꼼한 보통 아줌마인 그녀는 한편으론 아야카를 향한 무한의 사랑을 가진 살인자이기도 하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그녀는 단연코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며, 가장 절절하고, 냉정한 동시에, 연약하다. 아야카를 선택한 이후로 아야카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후미에는 범죄자의 이중성을 교묘히 드러내고, 자신의 사고를 조작하는 그 심리기법은 일본인, 아니 일반인에게도 나타나는 그러한 면모인 것 같아- 일면 섬뜩하기까지하다.

다 읽고 나서는 한편의 영화를 잘 보고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신주쿠 상어 시리즈의 1권도 읽어보고 싶은데,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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