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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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우연히 읽었는데 가끔 생각이 나 "

 

"군대에서 읽었는데 너무 야했어..."

 

생방송 퀴즈 문제(아마도 두시의 데이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원제는?"

 

........

 

가끔 생각이 난다던 친구는 여고시절 힘들 때 읽었다고 했는데 그  말할 때 표정이 참 묘해서

어떤 책일까 참으로 궁금했고..

군대에서 읽었다는 친구에게는... ' 왜 하필 군대에서 읽은게냐'  물으려다 군대와 상실. 야함. 뭔가 절묘하단 생각이 들어 

묻기를 포기했고. 

정답을 맞추어야 했던 청취자는 정답을 맞추지 못해서. 나는 '노르웨이의 숲'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상실의 시대' 원제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상실과 노르웨이의 숲이 대체 어떤 관계인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이렇게 몇 단계를 거쳐 '상실의 시대'는 나에게 각인이 되었다.

 

나는 하루키의 단편집 TV피플을 좋아한다. 내가 단편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쓰고 싶다. 

 

하루키 책 중에서 제일 먼저 접한 책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참 읽기 싫었다. 유명한 책이라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더 그랬던건지,

 

다른사람 다 읽었으니까 읽어야 한다고 할 때. 그럴때 참 별로일 때 있다.

괜히 표지도 더 우울해 보이고. (원래 싫을 땐 다 싫다..... ㅎㅎ )

 

그치만 제일 큰 이유는 읽고 나면 한동한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너무 강하게 들었으니까.

 

그렇게 책꽂이에 내내 꽂아두고 구경만 하면서 나름의 죄책감을 느끼다

 

어느 날 '상실'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게 와닿아서.

 

토요일 밤에 집어들고 밤을 새서 읽었다.

 

내가 그렇게 열혈은 아닌데.

 

결론은 이미 알다시피 (굳이 좋다 나쁘다로 이야기 하자면) 좋은 책이고

 

친구가 이야기 했듯이 야했고, 분명 가끔 생각날 테고, 그 생각의 끝에는 노르웨이 숲이 그려질 꺼다. 아마도.

 

주인공 처럼 점점 조금씩 잊겠지만.

 

나와 나오코와 노르웨이 숲과 돌격대 그리고 위대한 게츠비가 가끔 생각날테다. 아마도.

 

 

 p59

 "그러니까 읽는 거야. 남과 같은 걸 읽고 있으면 남과 같은 생각밖엔 못하게 돼. 그런 건 촌놈, 속물의 세계야.

제대로 된 인간은 그런 짓은 안 하는 법이지. 어때, 알겠어, 와타나베? 이 기숙사에서 제대로 된 건 나와 너뿐이야.

나머지는 죄다 종이 부스러기 같은 것들이거든."

 p60~61

 나가사와라는 인간 안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당기고 따르게 하는 그 무엇이, 천성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 위에 서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사람들에게 솜씨 있게 정확한 지시를 내려 주며, 사람들을 순순히 따르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 (중략)..............  그는 깜짝 놀랄 만큼 고귀한 정신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별수없는 속물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이끌어 낙천적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면서도, 그 마음은 고독하게 음울한 진흙 구덩이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중략).............. 그는 그 나름의 지옥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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