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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이미 많은 리뷰어들이 고백한대로 이 소설은 읽으면서 핵심이 뭔지 잘 모르는 그런 뒤죽박죽, 얼렁뚱땅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연배인지라… 386세대가 경험했을 어릴 적 추억들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마도 저자의 타고난 감수성와 묘사력이 뛰어난 탓일 것이다. 저자가 네 번의 이직 끝에 결국 사표를 내고… 내친 김에 빚을 얻어 노트북을 산 뒤 삼천포로 가 처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역시나 한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열정과 능력 그리고 상상력을 모아모아 빚어진 작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내용은 그저 읽고 나면 그 누구한테도 다시 그 줄거리를 들려주지 못할 만큼 파격과 일탈이 크다. 내용이 궁금하면 그냥 읽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박민규 첫 소설집이지만, 이 책에는 2003년부터 <세계의 문학><문학동네><문학-판><동서문학><창작과비평><한국문학><현대문학>과 같은 국내 유수의 문예지들이 청탁해 실렸던 단편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어느 제목 하나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뒤쪽에 문학평론가 신수정 선생의 해설이 있다. 먼저 예습(?)을 하고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나싶고… 중간중간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도 황당하고 어이 없는 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카스테라를 먹다가 체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을 읽다가 체했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민도 여러 차례 했지만, 증정 받은 책이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허접하거나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문학계의 원로선배들은 뭐라 할 지 모르지만 박민규는 영재 소설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쉽게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머리회전이 한 사이클 더 도는.. 일탈과 발칙한 상상력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도 추천하는 바이다.
인상 깊은 구절: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피...쉬…
(갑을고시원체류기, P28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