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본질
꽃들의 손톱 길어지고 바람은 날카로워
오월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오월
철쭉 같은 당신에게 익숙해진 나의 편견들은 진분홍이어서 슬프고
바람에 베어진 상처처럼 벌어진 꽃살들이 뒹구는
꽃집을 지나오다가 본
붉은 카네이션 때문에 핏줄이 뜨겁다
한때 뜨거웠던 몸에 박힌, 너의 배선들이
여러 번의 감전과 합선으로 검고 앙상하게 피복이 벗겨진 채
오월은 삼십 년 전에 끝났다
더 이상 오월은 오지 않았고
매년 한줌씩 잊기 시작했다
그 동안 변한 것은 폭도의 도시가 빛 고을이 된 것 뿐
한옥공사일 나간 중도문마을
어느 집 길옆 썩어 잘린 고욤나무 고목은
다 말라버린 혈관 어디로 새가지를 밀어 올렸다
오월은 저렇게 썩은 밑동에 어울리지 않는 가지를 밀어 올려
우리의 날 시선을 잠시 돌려놓는다
그렇게 오월은 본질이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