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4343.2.18 부지깽이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 전인데 나무는 시드네
개미가 나무에 오르기 시작하면
그 나무는 이미 썩기 시작하고
벌이 날아들면 꽃은 시든다
시인이 취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이미 썩고 있는 것이고
시인이 술독에 완전히 빠지면 그 사회는 새싹이 나기 시작한다
시인이 감옥을 두려워하면 그 사회는 어둡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감옥에서 희망을 맞는다
나도 이 현실의 감옥에서 희망을 맞는다
그런데 아침까지 술 냄새가 진동하는 이 무력한 금단현상은
시인들이 한눈 팔고 술독에 빠진 사이에도 나는 장문의 횡설수설만을 쓰고 있다는 자괴감이다
봄은 냉기와 온기가 섞여, 치열한 바람이 되는 꽃샘으로부터 시작된다
꽃이 피는 조건은 적당한 냉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서 봄과 가을 피는 꽃이 많고 향기롭다
이 치열함 속에서 꽃이 피고 싹이 나는 것이다
냉 온탕 같은 현실 속에서 피는 꽃들 때문에, 많은 벌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지만
꽃이나 벌들 모두 이 봄날을 벗어나지 못한다
꿀맛이 끝 맛이었기에 단맛에 취한 이들은 모두 꽃을 시들게 했다
그래서 통제 없는 민주의 꽃들은 피기도 전에 시드는 것이다
꽃 시장에 벌이 없는 것은 설익은 꽃을 약품 처리하거나 냉온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꽃에 꿀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익지 않은 꽃이라 향기 또한 엷다
잘 보관된 상품성 있는 꽃 같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려는 권력자들은
따라서 많은 통제와 사회의 분위기를 냉각시킨다
그것을 봄날이라고 믿으며
꿀이 없어 날아들 꿀벌이 없는 꽃은 씨를 맺지 못하고 사라진다
냉각된 온도 때문에 과실나무의 꽃들이 피지 않아 걱정인 이 나라에
과도한 통제로 민주의 단맛을 통제하면 언젠가 이 나라도 사라질 것이다
조화는 잘 시들지 않는다
빈소에 꽂힌 수많은 국화에서 향기가 엷은 것은
과다한 향기는 마치 썩는 향기처럼 우리의 슬픔마저 냉각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의 이 조화(弔花)로운 사회에 만연한 인위적인 향기들은 너무 과다하다
이 봄은
봄이라도 봄이 아니다
우리에게 민주라는 단 한 송이 꽃이 잠깐 피었을 때
그때의 향기와 꿀맛 때문에
난 오늘도 이 냉 온탕 같은 꽃샘의 현실을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