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집
1.
쓰러질 듯 졸며 고난의 자세로
삶의 고문 버티다가
손님 오는 파장을 감지한 듯, 부채를 푸닥이며
놀란 듯 일어서는 아버지 바지궁둥이 실밥을
나무궤짝 의자의 못이 붙잡으며 긴 실을 뽑는다.
가게 앞에는 아무도 없고
긴 하품과 기지개로 뒤틀며
잠시 진저리 치고 실밥을 끊고
자리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진공관 속 같은 여름
*명산동 유곽구시장(遊廓區市場) 입구
실 파는 집 구멍 난 천막엔
줄을 보수하는 거미들만 가득했다.
밤마다
취한 아버지의 껍질을 치우던 어머니는
유곽구시장 담벼락 골목 끝 다락방
거미처럼 마르신 치매 할머니 요강 봉양했지만
여름이 지칠 때까지
벽에다 굵은 실만 형편없이 뽑던 할머니는
허물도 없이 덤불 같은 인연 줄 끊고 집 나갔다.
2.
고한읍
막장촌 말랭이아래,
거미줄 같이 위태로운 집 한 채
헛헛한 바람들만 얹혀 사는 그 집에
쓸데 없는 詩語들만 들랑거려
거미줄이 다 망가져도
구멍을 보수하며 살았던 이유는
통째로 불나방 같은 시어 한 채 걸려든 날
온 집 찢기 우며 밤새워 실 뽑는 마약 같은 쾌감 때문
이젠 쾌감도 지루해지고
베 짜던 할머니 무릎에서
실 뽑던 유전의 진화는 아버지로 끝나
이 돌연변이 거미는
실 대신 땅을 파
먹고 사는 개미귀신이 되어간다.
거미는 어떻게 실을 뽑아
먹고 살
위태로운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