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카 <재가 된 머리를 깍다>
자승자박
4343.2.12
오늘도 속초엔 자박자박 눈이 온다
이젠 눈이 오는 게 정상적이고
해 뜨는 것이 변덕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먼저간 개발자국 따라 눈길을 갈 때
귀찮아 망설이지 않았으니 나도 개의 길을 가는 것인데
암묵의 수평이 절단한 어둠 사이로 해는 뜨지 않고
날새는 아침나라
우리가 우리를 죽이고
내가 파놓은 당신에게 내가 빠진다
100년 된 안의사의 유골을 찾자고 결의한 다음날
전쟁도 없는 나라에서 스스로와 전쟁연습하며 수몰된 수병의 유골을 찾아
저 무위(無爲)의 바다를 곡하며 헤매는 아침
왜 우리는 우리를 옭아매는 조국의 조곡(朝哭)이 되는가
자승자박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의 아름다운 문화적 경쟁을 초토화했듯이
개화파가 끌어들인 일본이 결국 우리를 옭아매었듯이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세력들에 의해 한반도 몸을 가른 것처럼
자승이란 어느 스님이 끌어들인 무지한 권세 때문에
스스로를 또한 옭아매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고전과 역사는 참으로 절묘하다
벗어나고자 하는 자는 벗어남에 묶이고
가진 자는 가진 것에 묶이고
추기경의 변명은 끝없는 변명으로 부활한다
나 또한 마음을 다잡고 엮기 위하며 바리깡으로 대가리를 민다
노신부님
“아따 볼 쌍스럽게 못생긴 대가리를 왜 또 밀었느냐”
-마음을 밀어 볼려구요- 오늘은 내가 선문답 선빵 날렸다
”?...”
“민다고 밀어지느냐, 당겨야 밀리느니라”
-......!!-
-그래요, 열불 나서 밀었습니다-
평소 예수의 사랑은 끌어당기고 끌어안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알겠으나
밀린다는 것은 또 뭐야?
(그 말 한마디에 일당일 툇짜 맞고 와서 4시간째 골몰 중이다. 그러고 보니 내 모습도 몰골도 중이고)
혹 이양반의 경지가 노망의 문턱인가 미망의 시작인가
“열은 끌어안고 불은 밀어두거라”
결정타를 날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