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설었다
                                4343.2.10
                                춘분과 청명 사이에 내리는 눈과 비가 축복이라면
                                현실의 축복은 천명에 의지하는 농자들의 것이 아니고
                                천명을 어지럽히는 간자(奸者)들의 것이다
                                눈도 비도 아닌 진눈깨비 내리는 날
                                일은 끊기고, 막걸리 한 사발에 촉촉하여 간신히 참고 산다


멀리 바다에 갈매기소리 들리는데
감지 않은 태엽 때문에 배고파 죽어버린
뻐꾸기는 아침에 울지 않고
밥도 설었다.
뜸들 수 없는 인생은
오래된 밥통 보온버튼만 눌러놓은 채
희망도 설고, 절망은 익지 않고
태엽은 감아봐야 잠깐인 일상을
눌러도 되돌아오는 버튼질을 일삼다가 이쑤시개 하나 박아놓는다

무전은 무죄이고
유전은 역시 유죄다
돈 없는 자는 지을 죄가 없고 작지만
돈 많은 자는 지을 죄도 많고 크고 더 커 보인다
죄도 돈이 있어야 짖는 세상

무전유죄, 죄는 돌지 않으니 죄이고
유전무죄, 대물림 되는 죄는 없다지만
이건희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아침에 설은 밥을
그냥 먹어도 소화불량 되지 않는
이 뜸들지 않는 인생의 부엌에 7년 된 전자밥통
‘삼성전자 OEM’ 생산품
이름값 좀 허나 했는데 고장 난지 6년
아니 땐 굴뚝 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그래도 저속엔
낡지만 뜸들이는 음모라도 있지
밥이 설며 익는 음모

이건희
그의 이름이, 잉크 마르지 않은
신문 일면의 타이틀 밑,
행간을 쫓다가 띄어쓰기 사이로 빠질 때
얼마 전까지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도요다(Toyota)처럼
그때 당신 앞에 설은 밥이 도착하리라.
바르지도 못한 것이 정직을 이야기하고 가르치려 하다니   

개인의 위기마저 국가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짧고 굵고 질긴 놈
우리의 짐은 항상 무겁고 가중이 되지만
이건희의 짐은 깃털처럼 가벼워도 덜어준다
유전무죄란 모든 죄는 돈으로 살수 있다는 것과 같다
이건희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그의 죄를 거둘 수 있을까

난, 뻐꾸기 살리려
가다 설지 모르는 낡은
3년의 시한부 태엽을 감는다.
감아야 가는 것들을 위하여 내 속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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