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카 <부두>
홀로 견뎌야
4343. 정월 스무 나흘
장중한 눈의 침묵을 견디다
깊은 밤
눈이 오는데
노 신부님이 문밖에 서성거립니다
흰머리엔 하얀 눈 얹고 눈처럼 오셔서
손엔 15년 된 양주 한 병 삶의 무게처럼 내려 놓으십니다
꿈에 예수님이
코와 귀고리를 하고 혀에 피어싱을 하고
막달라 마리아의 손을 잡고 함께 계시더랍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으니 한번 해 보고 싶더랍니다
난 아무 말하지 않고
한참을 눈 오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또, 젊었을 때 외사랑한 여자가 죽었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바다가 기우뚱거렸고
외로움은 삼월의 눈처럼 습기 가득 무거웠습니다
삶의 무게가 가중될 땐
어떤 기도도 위선입니다
단지 아쉬움 때문에 꿈과 현실이 섞이고
눈은 내리고 어둠이 깊어가는 양주 병의 온기를 나눠
정신의 관을 벗고 서로의 체온을 채웠습니다
눈은 침묵처럼 쌓이고
난 신부님 눈의 침묵을 견디고
노 신부님 깊은 밤길을 걸어
술병을 내려놓으신 무거운 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은 듯 돌아가십니다
내 손에 아직 남은 신부님의 온기 위에서 눈이 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