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하고는 무관한 내용(그냥 오늘 읽기 시작했을 뿐)

‘하루끼’가 잡담하는 사이

                                               4343년 설날
                                                 TV가 국경이란 생각이 든 날

기록 경기를 좋아하는 나는 집단을 광기로 몰고 가는 대결 경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후배네 집으로 떡국을 먹으러 갔다가 서로를 향하는 발길질 같은 축구 경기를 보았다
한일전
일본을 이겨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지난 세대의 잘못으로 억압했던 것에 대한 증오를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과연 우리일까, 우리를 이용하는 자들인가
청산해야 하는 것은 해묵은 역사의 잘못일까, 감정일까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증오가 없는 세대이며 알게 모르게 그들 문화에 피폭된 세대 아닌가
1945년 이후에도 일제에 부역한 잔존세력에 의해 수없이 파괴된 우리의 문화를 생각할 때마다
한일이라는 이 광적인 대결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엔 일본은 가야, 백제, 신라의 멸망후의 세력들이 선택한 나라란 것이 변함 없는 생각이다
고향에 대한 강력한 지향은 역설적이게도 고향을 떠나거나 쫓겨난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삼국의 멸망 후 고려와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왜구들의 침탈은
삼국 유민들의 국토 회복 운동이자 고향방문이었을 것이다
‘하루끼’가 우리에게 잡담하는 사이에 일본이 우리의 이웃이 되었듯이
일본에 들어간 백제인들이 잡담하는 사이 일본은 백제의 국가가 되었는지 모른다
모든 자각이나 반목은 필연적으로 동화된다
우리는 일본을 미워하면서 긍정해야 한다
국경이 불분명했던 불과 백오십 년 전, 우리의 주변국엔 우리의 오랜 이웃과 친척들이 흩어져 살지 않았던가, 하물며 몇 백 년 전엔 국경이란 넓은 인간적인 완충지대였는지 모른다
그 완충지대에 살던 사람들은 서로 경계하는 두 나라에 부역하며 고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난 이 TV가 현실에 부역하는 완충지대 아닌가 한다
TV를 국경 삼아 대결구도를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발로 차는 대결을 관람하는 나는 참으로 고되다

한 해의 무위를 빌어야 하는 새해 첫날 ‘하루끼’ 최신작의 첫 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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