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높이

비구생활 그만둔
하얀 얼굴 뒷집 여자가
감을 따고 있다
붉은 홍시 같은 가슴의 욕망을
그 여자 현관 전구를 갈아 끼울 때 봤다
바들바들 전구를 갈아 끼는 여자의 발끝과 손끝이 위태롭다 했더니
기어이 플라스틱 의자다리가 꺾이며 나동그라진다
어깨에 약 발라주려는 손끝을 짐짓 피하며
그 여자 조용히 돌아앉을 때 손끝에 스치는 가슴과
바닥에 흩어진 두 권의 시집에서
나의 보편은 손이 닿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욕망의 정점은 손끝이 겨우 닿거나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연필도 떨어지면 닿을 듯 말듯한 곳에 떨어지고
동전도 굴러가면 가까스로 닿을 곳에 위치한다
나를 떠난 것들은 욕망의 손끝에 닿지 않고
오지 않는 모든 것들은 겨우 손끝에 닿아 애가 탄다
갈아 끼워야 하는 전구는 세손가락 끝에 위태롭게 서있고
따야 하는 감은 장대 끝이 모자란다
앉기에 편한 의자는 올라서기엔 위태롭고
책 두 권을 더 올려놓고서야 닿을
책 두 권의 높이는 내 상념처럼 왜 그리 얇기만 한 것인지
눕기 좋은 침대는 굴러 떨어지기에는 높지만
욕망을 꿈꾸기에는 낮네
책 두 권을 베고
그 밑에 비구가 누워있다면
내가 닿을 곳은 두 권만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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