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상속하다

경운기로 달려가는 바닷길
썰물의 밭으로 가는
따개비 가득한 바위들과
진흙이 된 폐총에서
아이들 짱둥어처럼 놀던
만경뻘 막힌 후
광풍이 바다의 속을 뜯어내는지
파도 심했던 다음날 아버지의 속은
해변엔 뜯겨 밀려온 다시마처럼 수북했고
어머닌 다시마를 주워다 속을 위한 속을 끓였다

격랑과 신열로 갈아엎는 아버지의 밭에
어머니는 갯꼬랑 같은 손바닥을 아주 깊이 넣어
심사 꼬인 낚지를 여러 마리 건져 올렸네
그런 밤마다 나의 일기장은, 한 장씩
세월이 끊긴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조용히 시간을 섞고
거북처럼 늙고 느린 시간을 끌고 와서, 깊이 아주 깊이
부화할 수 없는 먼 페이지에 알을 낳았네
사산의 어머니를 낳았고
죽은 아버질 상속했네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 밭도 배도 다 팔아버리셨네
농사와 배 타는 일론 살수 없으니
누대의 상속을 끊고 가시려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상속하려는 나의 음모를
상속하지 않으려는 것이네
파랑주의 없는 날을 상속하려는 것이었지만
사산의 부군
종일 옥상 채마 밭에서 어부 복장으로
먹지 못할 수세미를 키우는 아버지여
어찌
조개 캐던 어머니의 호미를
어찌하여
그 손이랄 수 없는 손, 내 손을 또 상속하였나이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