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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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평소 궁금해하던 바로 그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한 책입니다. 저도 어릴 적에는 한때,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이지만, 끊임없이 알고 싶었습니다. 우주 비행사로 서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우주에서 체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바로 그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는 쌓아올린 지적 토대가 탄탄하기로 유명한 사람인 듯 합니다. 다양한 방면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주 비행사들의 우주 체험이 궁금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은 지금까지 있었던 NASA 의 우주 계획에 참여했던 우주 비행사 몇 명과의 인터뷰를 모은 책입니다. 저자는 그들에게 우주를 체험했던 상황의 기술적, 객관적 측면에 대한 진술이 아닌 내면적, 정서적 측면에 대한 진술을 받았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이미 충분하지만, 그 일들이 우주 비행사들의 정신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언급한 바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개의 우주 비행사들은 적절한 질문을 해 주었다며 고마워 했다고 합니다.

우주 체험도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더랍니다. 지구 궤도에서의 비행, 달 궤도까지 가는 비행, 달에 착륙하여 달 표면까지 걸어보는 경험, 또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 유영을 한 경험이라는 기준으로. 각각의 체험이 정서적 반응에 미친 영향은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지구로부터 멀면 멀수록, 가까운 곳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각이 있습니다. 지구 궤도에서는 지구가 아주 크게 보이지만, 거의 달 착륙을 시도할 만큼 비행하고 나면 구슬만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창 밖으로 이 지구를 바라보며 내뱉는 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공통적입니다. 그 모습에감동을 받거나,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무력감과 알 수 없는 두려움, 어떤 거대한 존재에 대한 의식. 가장 공통적으로 보인 이들의 반응은 겸손함입니다. 어떤 도덕적 기준에 있어서 흔히 말하는 겸손함이 아닙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의 자기를 인식하며 시야가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세계를 국경과 인종으로 구분하는 좁은 시각을 벗게 된 것입니다.

유일하고도 인격을 지닌 신을 느끼고 온 사람도 있고, 인격적이진 않지만 신은 인정하게 된 사람도 있고, 또는 그저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느낄망정 신은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이 얻은 엄청나게 넓은 시야는 그들의 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도 다양합니다. 우주 비행 뒤에 전도사가 된 사람도 있고, 비즈니스 세계로 간 사람도 있고 정신이상을 얻은 사람도 있지만, 이 체험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완전히 뒤흔드는 위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의 공통적인 요소가 바로 겸손함입니다. 우주를, 이 세상을, 나와 비교해서 결코 아랫 것으로 우습게 '취급'하지 않는 것. 하지만 동시에 내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책입니다. 자신이 알든 모르든 분명 붙잡고 있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전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생각에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 비행은 아직까지는 분명 희귀한 체험이고, 따라서 그것을 체험한 이들과의 인터뷰라면 충분히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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