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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의 시대 - 매일 쏟아지는 정보 더미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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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 곳에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정보로 감명을 줄 수 있을까.


한 IT 전문 기자님이 작년에 나온 용어들 중 눈에 띄는 개념이라면 '큐레이션' 을 꼽겠다고 말했다. 동명의 책이 이미 나왔는데 너무 낯설어서일까 기대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에 비해 <큐레이션의 시대> 는 출간되자마자 제법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출판사가 최근 <스티브 잡스> 의 전자책 발간을 했을 뿐 아니라, IT와 기술 쪽 인사이트를 주는 책들을 꾸준히 내온 곳이어서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전작이 <전자책의 충격>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사키 도시나오의 <전자책의 충격> 은 국내 전자책 담론이 10년만에 부흥기를 맡았던 2010년에 나왔는데, 그때가 어떤땐가! 아이폰, 아이패드가 발매되고 아이북스를 발표했으며 (2010년 4월) 되었고 앱북들이 등장하고 뷰어와 EPUB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 책을 두고 KBS '책 읽는 밤'에서는 전자책 특집을 꾸렸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한국출판계에 약간의 '충격' 을 던졌달까. 


그런 저자가 '매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 ' 이라는 <큐레이션의 시대> 를 들고 왔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서도 유추할 수 있지만, 큐레이션의 시대란 '정보를 골라내 수집하고 편집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술' 이 경쟁력이 된 사회를 말한다. 최근 발매된 <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이란 책 제목처럼,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검색하고 또 검색하며 살고 (가장 훌륭한 미래 비전을 가진 IT기업이 검색 전문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구글이라는 점도 상기해보자)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정보화 시대' 가 도래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그 정보를 판독하거나 골라내는 능력' 인 감식안이 더 중요하지 않다고 하던가. 한 때 이 땅의 많은 취업생과 청년들은 '정보기능검색사' 라는 자격증을 따곤 했다. 이제 그런 종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우리는 정보가 미친듯 리트윗되고 '좋아요'되는 SNS 만 봐도 알고 있다. 


책은 재밌게도 조지프 요아컴이라는 뒤늦게 그리을 시작한 한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독자가 도대체 이 사람의 일생과 큐레이션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할때 쯤 평범한 그의 인생 말년의 취미였던 그림이, 한 큐레이터에 의해 '발견' 되고 네임드가 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인류학적 소양이 있던' 시카고 대학에서 카페를 경영하고 있던 존 호프굿은 장로파 교회의 목사이기도 했다. (아이구야! 소양은 역시 아무나 가지는게 아니다) 그는 요아컴의 그림을 보고 '엄청난 발견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고 전시회를 제안하고, 갤럭시프레스란 출판사의 사주를 소개시켜주고.. 이후는 상상하는 그대로다.


"이제는 두꺼운 파이프를 통과하는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읽거나 보지 않는다. 정보가 흐르는 곳은 점점 세분화되어 가고,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이나 텔레비전, 잡지 같은 것에서 정보를 얻지 않는다. 대신에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거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대슬을 읽거나, 혹은 누군가의 트위터를 팔로우 하는 등 자신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수로에 흐르고 있는 방법을 모은다" (22쪽)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기존의 방법으로 정보를 발송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 여기서 생긴다. 광고 업계에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어디에 가면 우리 광고를 보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걸까?" 라고 고민하고, 매스 미디어의 기자나 편집자나 디렉터들은 "도대체 우리가 보내는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 거야?"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중략) 한편 사람들은 '왜 매스 미디어에서 나오는 광고나 기사 같은 걸 읽어야 하지?정보는 이미 충분한데 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커다란 불균형이 생긴다" (같은 쪽) 


책에서는 큐레이션이 잘 된 또다른 예로 브라질 음악의 거장 에그베르토 지스몬티Egberto Gismonti 를 꼽는다. 그의 공연을 일본에 성공시킨 다무라 나오코의 이야기는 마치 전통적인 기획자의 역할과도 같다. 그녀의 이야기에 저자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는 천부적 재능과 기량, 노하우가 필요한 것으로 누구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매일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정보는 홍수를 일으켜 우리를 잠식한다. 언젠가는 물이 제방 위로 넘쳐 흐르고 우리는 흔들리는 정보의 바다를 표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53쪽)


소비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두 가지 단서를 정리해본다. 한 가지는'혼자서 꾸준히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 좋아서 앞으로도 그 브랜드가 존재하길 바라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응원소비' 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없어도 블루레이를 산다' 등인데 익숙한 풍경이다. 요즘 씨디나 잡지 정기구독, 도서 구입은 이미 그런식으로 흘러간지 오래된 것 같다. 또 한가지는 '시디 붐의 원동력이 된 것이 바로 시디플레이어' 라는 저자의 지적이다. 시디플레이어의 저가화는 가정집에 한 대씩 음악듣는 기기를 들여놓게 만들어 시디 구매 의욕을 높였다. 말하자면, "전져 새로운 재생 장치에 대한 감동이 그 위에서 재생되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72쪽) 굉장히 나이브하게 말하자면 '읽는 감동을 주는 전자책의 기기" 가 필요하다는 식의 결론을 낼 수도 있는데, 사실 킨들은 어느 정도 그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콘텐츠 생산자들은 더더욱 소수로 돌아간다. 핀터레스트를 쓰는 사람들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주로 남의 사진에 핀을 꽂는 일을 하며 소셜한 활동을 할 뿐이지, 서비스 자체를 통해 생산물을 내놓는 부류는 극히 소수다. 큐레이션의 다음 단계로 다시 창작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바일 서비스와 스마트폰 시대에 진정한 조물주가 되어버린 개발자의 위상(?) 이 일시적일지라도 괜히 부러운 이유다.


맺음말을 그대로 옮겨둔다.


세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거대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그 위에 형성되어 가는 무수한 정보의 비오톱.

비오톱에 점속하여 관점을 제공하는 무수히 많은 큐레이터.

그리고 큐레이터에 체크인하여 정보를 얻는 팔로워.


+찾아보고 싶은 책으로 여기 언급되는 사회학자오사와 마사치의 '불가능의 시대' 에 나오는 '시선을 받고자 하는 욕구 라는 개념.


++ 이 책을 읽을 때 트위터에서 어떤 사안이 이슈가 되어 유명인의 알티가 일파만파로 퍼지는 걸 보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스스로 규레이터가 되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이것은 작가가 자신을 더 잘팔아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가 큐레이션을 해대면 해댈수록 저자에게 신뢰감이 생기고, 그게 역으로 텍스트 (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작가는 실상 큐레이터이자, 파워 트위터러를 사실상 자신의 잡이 되는게 당연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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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 오무라이스 잼잼 1
조경규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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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해보고 싶다. 애들을 재워놓고 계란후라이와 스팸밥을 즐기고, 함께 맛동산을 먹으며 과자 맛을 알기 시작한 애들과 축구경기를 보고 (무려 나 축구 안 좋아하는데..!) 같이 '사는' 일상이 서로의 입맛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고.. 심지어 중국 생활도 해보고 싶어지고, 딘타이펑도 가보고 싶은 그런 음식만화. 아따맘마의 한국음식버전 쯤 될까. 밥도 밥이지만, 뉴욕에서 룸메이트에게 '김'을 전도하고만, 우주 음식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넘어올까 거실 재택 근무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작가는 소파로 바리케이트를 치지만.. 부부가 교대로 밥을 살테니 마음껏 시키라고 말하는 외식을 즐기는 이 평범(?) 하고 맛스러운 일상이라니. 흑. 남자친구에게 새벽에 독서하다말고 BLT 샌드위치 만들어 먹자고 말해보고 싶다. 아니 만들어줘. 라고 외쳐야지. 무려 영화 주인공을 보고 감동받아서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서 '딸'에게 먹이고 싶었다는 작가님. 흥건한 샌드위치 레시피까지. 눈은 잘 먹었습니다. 저도 해볼게요. 레시피 만화라기보다는 일상 음식 이야기. 훈훈했어요. 맛났구요.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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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그 다음 이야기 - 프로그래머의 길을 생각한다 사람과 프로그래머 1
임백준 외 지음 / 로드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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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리뷰를 왜 쓰고 있나. 라고 잠깐 생각해본다. 신간이고 리뷰가 없는데다가 알라딘 서재를 가끔 해볼 생각이라 만만하게 이번 주말 읽은 책들을 보니, 이게 떡하니 올라온다. 다분히 이 책을 편애한터라, 안 그래도 읽은 흔적을 보니, 접어둔 곳이 무척 많다. (책 읽는 습관은 줄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문장이나 체크해야할 것들이 있으면 접어두고 훅 넘겨읽는다. 어차피 다시 그 쪽을 펼쳐도 여전히 '그 부분' 이 마음에 걸린다면 다시 볼만한 거고, 아주 드물게 못 찾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체크할 것들을 줄여나가는 독서를 하는 편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 에 관한 IT에세이다. (이 출판사가 이런 기획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따라서 컴퓨터나 개발 몰라도 용어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서 '에세이'에 집중해서 읽는 나같은 무식한 독자도 무척 재밌다. 읽다보니 '글 좀 쓰시는 개발자분들'은 다 여기 와계시는게 아닌가 싶었다. 한창 개발할 수 있는 나이라 여겨지는 나이를 넘긴 개발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일반적인 커리어를 가진 분들도 있고, 필자의 연령과 분야도 상당히 다양하다. (한국전력에 컴퓨터가 들어오던 당시 요금산정 체계를 만든 분의 원고를 읽으면서는 거의 경악을 했다..) 이 책에 한창 개발 실무를 담당하는 나이를 넘긴, 개발자들의 주요 화두는 이런 것들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일.

   
  프로그래머는 어쨋든 자기가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으로 최대한 완벽하게 제작하도록 노력해야한다. 프로그래머는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사용자의 요구에 복무해야 한다. 그것이 프로그래머 직업 윤리의 1번 항목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자기가 프로그래밍 하고 있는 대상이 세상 사람들의 살 ㅁ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 이것이 프로그래머 직업 윤리의 2번 항목이다. 그리고 1번과 2번 항목이 불일치를 일으키면서 갈등하는 상황이 되면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불일치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백준

맑은 정신으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많은 버그가 존재했고 이 때문에 공통 모듈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일의 진척도 늦어진 경우가 있었다. -이춘식

현업담당자가 개떡같이 말해도 우리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IT는 '머리가 나쁘면'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의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볼 때마다 왜 우리네 IT는 고작 해커 정도로 등장해서 컴퓨터로 해킹하는 정도가 고작일까? IT프로젝트에서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없을까? -신재용

 
   
30대 중반이후 관리자가 아니,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문득 젊은 날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원이었던 나는 지금의 내 아이보다 어린 반장님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6개월도 안 되어 사직하고 말았다. 반장님은 야근수장이 포함된 노란 월급봉투를 받아 쥐고 그렇잖아도 가득한 주름이 더 깊게 패게 웃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 미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래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배들이 지나간 길은 어떠했을까? 마땅히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것이 바로 IT인들의 초상화다. -이주연  
   

개인의 커리어관리. 저자들 중에는 기술사에 합격한 이들이 많다.
   
  전문성 = 학력+ 경력+자격+전문가활동
학력은 일을 시작할 때, 전문적인 일을 할때의 비중이 크고, 경력은 주관적이지만 ㄱ학력과 자격은 객관적인 활동. 전문가활동은 객관성 주관성의 성격을 모두 가지며, 시너지가 되는 항목 -이춘식
 
   
3D 인 한국 개발자 환경, 잦은 야근, 인정받지 못하는 성과, 해외 근무 환경에 대한 부러움 등..
   
  요금 프로그램은 수많은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그때마다 로직을 추가하는 바람에 응집도는 떨어지고 결합도는 높아 마치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했다. 사용자 요구사항이 생길때마다 조건문으로 분기시켜 임시방편으로 해결하곤 했기에 아무도 함부로 로직을 손댈 수 없을 만큼 지뢰밭 천지였다 -이주연
 
   
그리고.
   
  직장생활이라는 일상은 반복적인 생활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배우고, 보고하고,, 깨지고, 나동그라지고, 또 전의를 불사르는 밑바닥 체험의 연속이다. 이런 일상적 체험을 보잘겂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삶이 시시해진다.나의 경험을 반추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범용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모범 사례, 나아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오병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리더십의 출발점은 자신을 먼저 갈고 닦는 것이다. 내가 가장 우선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자. 나는 30명의 사람들을 늘 머릿속에 넣어 둔다. 그들이 현재 어떤 고민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녀)에게 적합한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를 발견하게 되면 이메일이나 문자 메세지로 알려준다. 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오병곤

변화나 혁신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그 변화와 혁신을 실제로 현실에 가능케 하는 구현자는 바로 우리네 IT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IT가 좋다. -신재용
 
   


+ 원래 이런 책, 여러 저자들이 돌아가며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한 자신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하는 책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짧은 시간 IT의 분야에 대해 분위기와 감을 익혀야한다. 이 책은 나에게 꽤 좋은 교과서였고, 그리고 독특하게도 책 뒤에 편집자의 '변, 기획의도'가 실려있다. 나는 이렇게 책 만드는 사람의 어떤 니즈가 책에 노골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책한권의 완성에는 저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건 책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계속 말하듯, 코드하나에도 그렇게 많은 개발자들의 고민이 담기는 것과 비슷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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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그녀들이 - 임경선 연애소설
임경선 지음 / 학고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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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우먼 임경선은 묘하다. 이충걸 편집장이 소설을 냈을 때도 그랬지만, 뭔가 소설을 쓰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쓴다는 소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신뢰는 제한적이다. 다행이 연애소설이다. 그리고 '소설집' 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엔 스케치에 가까운 20-30대 여성들의 연애장면들인데, 이게 말이다. 정말 '캣우먼 식 설정' 이다. 어디까지 저자가 묻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제법 남자를 다뤄보지 않았거나 풋풋한 '연애 낭만' 이 있는 여성독자라면 (나는 정말 이 나이의 여성독자들이 그리 풋풋할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달린 리뷰를 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 피하시기를 권장한다. 나는 보통 처자이므로 이 소설에 그런 '순수한 사랑은 어디있나요? ' 같은 아쉬움 전혀 느끼지 않았으며, 재밌게 잘 읽었다. 보통 말랑한 여성 필자들이 동세대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할 때 순수문학과 로맨스 소설 사이의 애매한 경계 타기를 하기 마련인데, 캣우먼은 그 오랜 관록 때문인지.. 양쪽 다를 그리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표지에도 그걸 의식한 듯 '임경선 연애소설' 이라는 표현이 박혀있다. 마치 연애에세이를 보는 듯한데, 몇몇 작품은 단편소설의 여운 쯤 되시겠다.

공감 문장 몇 옮겨둔다.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늙은 아저씨들이 젊은 여자 앞에서 지갑을 여는지 이해가 됐다. 세상 물정 다 아는 아저씨들이 어린 여자애들의 여우 같은 행동에 넘어가 선물을 사주는 건 아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이리저리 만져보다 형편이 안 돼 못 사서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거다.
 
   


(나도 짠한 모습 잘 연출하는데 좀 받아보고 싶다..)

   
  여기에 그 방에서 견딜 수 없어 현주는 책 속으로 들어갔다. 책 속에 존재하는 남자들은 현실의 남자와 달랐다. 그들은 나쁜 놈일수록 더 매력적이었고 결코 위험하지 않았다. 현주의 외모를 평가하지도 현주를 배신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책 속에서 이십대를 보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옳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덜컥 광고대행사에 합격했다. 꽃처럼 나비처럼 청춘을 즐기던 애들은 여전히 취업 전선에서 허덕이는데. 스물다섯 살이 된 지금 현주는 제법 시크한 도시 여자로 재평가되고 있었고 자신도 그것을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빛나는 남자들 앞에만 서면 어둡고 습한 방의 그 아이가 되살아났다. 혼자 겉돌고 위축돼 있던, 귀염성 없는 아이 말이다. 그럴 때마다 현주는 풀이 죽었다. 입력하세요
 
   


(나도 비슷한 문장을 쓴 적이 있었는데, 여기 '그 아이'에 공감하는 분들 꽤 있으리라. 참, 이 책 시크한 도시 여성들의 남자 만나기고 헤어지기 다양버전 매뉴얼과 가이드 정도의 부재가 어울린달까)

   
  그런 점에서 나는 고독을 잘 다루는 편이었다. 맘에도 없는 남자를 만나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진심을 털어놓지 않는 여자친구들을 만나 남을 헐뜯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낫다.  
   


이거 진짜 도시감성 아닌가.. 이런 '설정' 덕분에 나는 재밌게 읽었는데, 아마 설정 자체가 나와 동떨어졌다면 동감하기 어려웠겠지. 특히 이 동감이 어디서 극대화 되냐면, 9개의 소설 중 마지막 '해후'. 읽고 한번 더 읽었다. 짧은 소설에 반전이랄게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렇게 서로를 질투하고 부러워했고 사랑했던 '그녀들이' 떠올랐고, 출판사에서 일했던 '어떤 날' 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손미나, 임경선, 차인표의 책이 한국소설 상위권에 있다. 전통적인 문단 소설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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