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비사

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부와 화폐는 사실 동의어가 아니다. 하지만 부의 이동과 편의성을 위해 화폐라는 수단을 만들어냈고 이 화폐가 부를 종속시키는 상황이다. 역사속에서 여러 형태의 화폐가 있어왔고 현재는 신용화폐가 쓰이고 있다.

이 책은 명나라이후 은본위제를 형성한 중국이 그 후 세계 경제에서 어떻게 은을 흡수했고 왜 은이 중국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됐는가를 역사상으로 보여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17세기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실물경제 우위에 있던 중국은 엄청난 무역흑자를 유럽으로부터 벌어들였지만 오히려 그 풍족함으로 인해 과거의 구습에 얽매여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못했던 반면 서양은 탐욕이라는 동기에 이끌려 끊임없이 부를 추구하는 시스템을 바꾼 결과 산업혁명과 금융혁명으로 전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이 책은 슬쩍 현재 미국 달러의 쇠퇴와 금은본위제로의 회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신용화폐가 정착한 이상 금속화폐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과 신용의 붕괴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