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이 읽어 온 책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문화사이자 지성사로서의 책이다. 연대기식 구성의 텍스트를 읽는 것은 조금 힘들어 하는 편이지만 뭔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서 계속 읽게 되는 책.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가 꼭 그 사회의 분위기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읽고, 영향을 받았던 책들에 대해 다시 의미를 해석하고, 재정의 하는 작업은 참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2000년대 학번인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대유행을 하기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를 시작으로 대학에 와서 80년대의 흐름이었다는 맑스 레닌주의 이론서들,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소설들과 후일담 문학들, 2000년대의 연성화된 진보담론을 다룬 책들.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책까지 정말 짬뽕에 잡탕으로 독서를 했던 것이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이런 독서사의 흐름들이 한국사회의 어느 순간을 규정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시작된 사회적 문제들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던 독서, 사회참여적 수단으로서의 독서로부터, 90년대에 나타나는 서정시와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강석경의 <<숲속의 방>>과 같은 개인과 집단의 갈등 같은 것들을 표상하는 독서의 흐름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독서의 흐름은 이전보다 더 단조로워 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자기계발서와 영어학습서의 대대적인 유행과 <<88만원 세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서로 이질적인 현실감각이 현재 우리사회의 독서 경향에 혼재되어 있다. 이런 현실인식의 충돌과 괴리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읽지 않는 것인가, 읽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책은 마지막으로 던진다. 나의 경우 요즈음 생각하는 것은 왜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개인들은 즐거움을 위해 자기계발을 위해 소통을 위해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위해 읽을 수 있지만 점차 왜 읽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약해지고 있지 않은가. 합의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여름에 읽기 시작해 가을 한 복판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읽어왔다. 책의 구성도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 라는 계절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마다 어찌나 묘사가 찰떡같고 식욕을 자극하는지 읽을 때마다 입에 침이 잔뜩 고이곤 했다. 만두와 샐러드 김밥, 땡초전과 젓갈과 함께 먹는 죽, 누룽지와 명란 달걀찜, 냉잔치국수, 시래기, 냄비 국수와, 무생채, 꼬막조림.... 내가 책을 읽으며 곧 먹어야겠다고 먹고야 말겠노라고 메모해 놓은 음식의 목록이다.

남자 술꾼들과 여자 술꾼들은 내공과 깊이가 다르구나.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여자 술꾼의 대표 주자 같은 작가님은 술안주로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때마다 맛있는 것을 찾고, 쟁여놓고, 먹기 좋게 조리해 냉장고에 정리한다. 그리고 술을 곁들여 음식을 먹고 마신다. 살림을 한다고 하지만 게으름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작가님의 이런 부지런함을 보며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것은 그냥 술꾼이 아니다.

오늘 뭐 먹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의 질문은 결국은 오늘 뭐 해 먹지? 라는 질문으로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자리 잡아갔다. 집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말이지만 작가님은 조용히 “이건 순전히 집밥을 하지는 않고 먹고만 싶어 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 한다. “ “오늘 뭐 먹지?”라는 잔잔한 기대가 “오늘 뭐 해 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의무가 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음식 이야기라고 쉽게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뼈 맞은 기분이다. 실은 요즘 들어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 하나의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음식이네... 라고 입맛을 다시던 참이다. 하지만 역시나 묵직하게 마지막에 다가왔다. 결국에는 나의 집밥은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책 읽기는 끝났다. 편하게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어떤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던 그런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곽미성 지음 / 어떤책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열아홉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세 미술관을 오가며 유학을 결심했다. 프랑스로 갈 때 밥통은 당연히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엄마까지도 믿음을 가지고 멀리 떠나보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 보였던 나는 프랑스에 없었다. 이게 다 밥심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엄마 밥의 힘, 아니, 누군가의 노동력을 당연하게 무상취득할 수 있는 환경의 힘” 그렇다. 미처 눈치 채지 못하던 일상의 힘, 온전히 내 것으로 구성된 줄 알았던 ‘일상을 버텨내는 힘’은 그런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혼자 버티는 힘을 식탁에서 찾는다. 가난한 유학생이 가지 못할 것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 찾아 가기도 하고 친구를 따라 우연히 그의 가족식사에 따라 가게 되기도 한다. 혼자 그리고 같이 하는 식사를 통해 음식과 관계, 프랑스의 미식문화, 미슐랭 레스토랑들, 여성과 계급, 정치를 곁들여 사유한다. 짧은 글들이지만 잔잔하게 다가와 기억에 남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로 돌아와 나의 식탁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식문화에 가려져 있지만 서민들을 위한 요리는 오히려 부재한 프랑스의 먹는 문화 대해 이야기 하고, 미슐랭 스타를 중심으로 정해지는 식당의 성패가 셰프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래서 새로운 식당을 발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노력들을 벌이고 있는지, 왜 여성의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있지 않고 남성의 메뉴판에만 가격이 적혀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먹는 행위에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것은 또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 사회 역시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고양되어 있는 때가 아닌가. 어느새 북적북적한 식탁 보다는 혼자 먹는 식탁이 익숙한 사회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무조건 과거와 현재를 동일시하여 현재의 먹는 문화를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하곤 하는 어느 음식 평론가를 보며 종종 피곤함을 느끼곤 한다. 저자의 말대로 결국은 “사람 사는 건 어차피 다 다르다” 그리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그 달라지는 순간, 달라지는 식탁, 바뀌고 있는 문화를 어떻게 사유하느냐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에게 보다 더 필요한 질문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건축가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던 건축가이자 그것을 이용해 연쇄 공간 범죄를 일삼았던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레슬리는 자신이 가진 건축 지식을 공익 증진이 아닌 건물에 침입하는 도둑질을 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런 레슬리의 각종 범행들은 도시가 가정했던 도시사회계약에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런 위협의 불가해함이나 놀라움이 아니다. 그 위협 자체가 바로 도시 공간의 핵심이며, 대도시에서 침입절도는 원죄와 같다는 인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 마노는 건축에 대해 꾸준히 취재해온 기자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꼼꼼함과 성실함 호기심 같은 것이 내내 느껴진다. 수많은 도둑과 그 반대쪽에 있는 경찰들을 취재하고 공간 전문가들을 취재한 노력과 “도시에서의 탈출과 탈주 워크숍”이나 열쇠따기 대회인 “록스포츠” 같은 행사들에 참여, 참관하며 얻은 생생한 감각들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인상적이다. 제프 마노는 도둑들을 마치 도시공간을 탐험하는 탐험가들처럼 그린다.

“도둑의 출입구는 현관문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만드는 구멍이다.”라는 책 속의 문장이 보여주듯이 출입구로 들어가고 나오며 건축가의 의도를 따라 움직이는 일반적인 도시인들의 패턴과 도둑들의 움직임은 아주 다른 것이다. 우리들은 도둑들을 막기 위해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지만 그것은 쓸모 없는 일이다. 도둑들은 문으로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제프 마노는 건축가의 의도에 순종하는 우리들을 “건축의 노예이자 타인이 설계한 세계-공간의 포로들일 뿐이다.”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뭔가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프 마노가 풀어놓는 도둑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벽 뒤에 숨어 있는 도둑들, 땅굴을 파고 은행을 털어가던 도둑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앉아 있는 이 방의 벽 뒤에 있을법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이 재미없는 우리 도시 사람들에게 선물로 안겨주는 상상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년 독서일기 3월 둘째주 (3월 4일~3월 10일)

*지난주에 올리지 못한 독서일기
*바빠져서 정신이 나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충 대충 일하기를 실천해야 한다....

<<독서의신>>, 마쓰오카 세이고, 추수밭(2018년 3월 3일~2018년 3월 7일) 별 네개

하루 하나씩 책을 읽고 서평을 웹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1000일 넘게 진행하고 있는 편집기획자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 독서를 일상생활 중에 하나로 가벼운 행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서점에 자주 가거나 책 표지를 많이 보는 것도 독서의 일부라는 설명은 재미있었다. 좀 더 독서가 생활에 가까이 놓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이 느껴지기도 하고, 반면에 엄청난 다독가라 약간의 벽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독서는 즐거운 행위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이야기...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2018년 3월 9일~2018년 3월 10일) 별 세개

10년 전에 처음 한강의 소설을 읽고서 충격을 받아.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은 걸 보니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 대체 왜 읽었냐.... 무슨 미련이야.....이야기 자체 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상상의 충격이 더 크다. 특히 몽고반점은..... ㅠㅠ읽고 있는데 집에 가고 싶어짐...


<<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마음산책(2018년 3월 10일) 별 네개

죽음에 대한 담담하고 유쾌한 사유와 함께 노인 특유의 보수적인 시각이 혼재 하는... 재미있는 에세이. 암에 걸린 이후 시한부라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이후 쓰여진 글들이다.

˝저는 투병기가 딱 질색이에요. 그리고 싸우는 것도 싫어요. ‘장렬한 싸움 따윈 그만 둬, 얼른 죽어‘라는 느낌이 들어요.˝

라는 이야기를 증명하듯. 구질구질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죽을 날을 받아 놓았는데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만약 몸이 병들어 사노 요코 처럼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나 제법 진지하게 생각했다. 친구들과는 뭘 하고 놀아야 할까. 걔들이 먼저 죽으면...?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마스다 미리, 이봄(2018년 3월 4일~2018년 3월 10일) 별 세개

많이들 그렇겠지만 마스다 미리의 40대 여성들의 생활을 다루는 만화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에세이도 읽었다. 하지만 한 번에 읽기는 좀 힘들었다. 이야기가 너무... 잘아서....ㅠ

나는 나이를 먹었다고 막상 자각하지 못하지만, 여러가지가 변해가는 시기일거라 짐작해본다. 40대 역시. 내가 겪고 있는 30대 후반은 변화가 크다기 보다는 서서히 나의 습관들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40대는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마스다 미리처럼 귀엽지는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