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인 생활 : 부엌과 나 도쿄 일인 생활
오토나쿨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오토나쿨 #도쿄일인생활 #부엌과나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도쿄 일인 생활>은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게 된 저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살림을 제대로 대면하며 얻게 된 살림과 부엌에 대한 지식들을 천천히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살림에 대한 책을 종종 살펴보는 편이지만 1인을 기준으로 한 살림 책은 처음이었다. 책을 열면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자잘한 일의 규칙을 만드는 것, 살림의 시작.”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살림’이 있다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저자 역시 살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요리법으로만 접근해 많이 망해봤다고 했고, 그렇게 하는 것은 쇼핑으로 예쁜 쓰레기만 늘리는 실수였다고도 이야기 한다. 살림의 중심은 부지런함과 노동인데 그것을 거들어주는 행주라는 명사가 있다고 한다. 책은 행주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떤 행주를 사용해왔는지, 얼마나 자주 빨고 삶는지에 대하여. 역시 핵심은 ‘부지런함’이다.

“장 본 것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뒤 쉬었다가 밤에는 아침에 불려둔 콩을 삶아 물기를 빼 냉동실에 보관하고, 삶은 콩과 재워둔 닭고기 등을 꺼내 일요일과 주중에 먹을 야채수프를 만들고, 사 온 채소들을 다듬어 얼릴 준비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토요일 하루 일정입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떠는 것은 주말로서는 힘든 일이지만 다음 일주일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노동이다.

살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굳이 던져본 적이 있을까? 생활은 있었고, 나 아닌 누군가에 의해 일어나는 ‘살림’이라는 말은 막연하게 있었다. 그러나 혼자 살거나 둘이 살거나 하는 주변을 살펴봐도 요즘은 사실 ‘살림’이라는 말에 걸맞게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가는 예는 적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차분하게 한 사람의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살림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혼자인 이들에게도 중요한 살아가는 일, 살리는 일에 대해서 조용한 말투로 겸손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확신처럼 결국은 생활의 부지런함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나’를 책임지는 것에도 늘 각오와 열심인 마음이 필요한 것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애매한 언니들 12회에 방송했던 <식물 저승사자>
(http://www.podbbang.com/ch/17534?e=22746947)

식물과 저승사자라는 단어의 낯선 조합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는 신기한 제목이다. 책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아마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식물 저승사자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화분을 집에 들이고 식물들에게 애정을 주고 이런 일을 시작한지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들인 다섯 개의 화분중에 네 개가 이미 죽은터라 그런 의심을 스스로 하고 있다.

식물이 죽는 것은 동물이 죽는 것만큼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속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아무래도 식물을 죽이면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그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식물 종류가 많은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고, 알 수 없는 식물들의 이름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방송을 만들기로 했으므로 하나씩 하나씩 읽기 시작한다. 책 속에는 챕터별로 식물 소개와 함께 제법 귀여운 일러스트가 함께 있다. 해당하는 식물의 그림도 있고, 책 내용을 다룬 일러스트도 있다.

그림을 봐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식물들이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식물일까? 인스타그램에서 검색을 해본다. 하나 같이 예쁜 모습들이다. 어느새 책 읽기에 빠져든다. 워낙 문외한이어서 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에까지는 동감할 수 없었지만 책에 나온 식물들에 매력을 느꼈고 정수진 작가가 쓴 글에 매력을 느꼈다. 담담하게 쓰인 것 같지만 왠지 깊은 내공이 깃들어 있는 듯한 문장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많은 생각의 꾸러미들이 있다는 느낌이 왔다. 기분이 좋다.

저자는 ‘공간 식물성’이라는 식물가게를 염리동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중에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었다며 그 손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대목이 나왔다. 식물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종류를 모르는 화분을 하나 얻은 후에 이름도 모르는 그 화분에게 낯을 가리다가 결국은 친해지는 그런 내용. 내용과 상관없이 나도 하나 남아 있는 내 화분에 이름을 붙여줘야 하나 싶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여튼, 이름이 뭐든 그 이름은 비밀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이 읽어 온 책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문화사이자 지성사로서의 책이다. 연대기식 구성의 텍스트를 읽는 것은 조금 힘들어 하는 편이지만 뭔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서 계속 읽게 되는 책.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가 꼭 그 사회의 분위기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읽고, 영향을 받았던 책들에 대해 다시 의미를 해석하고, 재정의 하는 작업은 참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2000년대 학번인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대유행을 하기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를 시작으로 대학에 와서 80년대의 흐름이었다는 맑스 레닌주의 이론서들,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소설들과 후일담 문학들, 2000년대의 연성화된 진보담론을 다룬 책들.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책까지 정말 짬뽕에 잡탕으로 독서를 했던 것이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이런 독서사의 흐름들이 한국사회의 어느 순간을 규정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시작된 사회적 문제들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던 독서, 사회참여적 수단으로서의 독서로부터, 90년대에 나타나는 서정시와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강석경의 <<숲속의 방>>과 같은 개인과 집단의 갈등 같은 것들을 표상하는 독서의 흐름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독서의 흐름은 이전보다 더 단조로워 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자기계발서와 영어학습서의 대대적인 유행과 <<88만원 세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서로 이질적인 현실감각이 현재 우리사회의 독서 경향에 혼재되어 있다. 이런 현실인식의 충돌과 괴리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읽지 않는 것인가, 읽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책은 마지막으로 던진다. 나의 경우 요즈음 생각하는 것은 왜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개인들은 즐거움을 위해 자기계발을 위해 소통을 위해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위해 읽을 수 있지만 점차 왜 읽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약해지고 있지 않은가. 합의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여름에 읽기 시작해 가을 한 복판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읽어왔다. 책의 구성도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 라는 계절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마다 어찌나 묘사가 찰떡같고 식욕을 자극하는지 읽을 때마다 입에 침이 잔뜩 고이곤 했다. 만두와 샐러드 김밥, 땡초전과 젓갈과 함께 먹는 죽, 누룽지와 명란 달걀찜, 냉잔치국수, 시래기, 냄비 국수와, 무생채, 꼬막조림.... 내가 책을 읽으며 곧 먹어야겠다고 먹고야 말겠노라고 메모해 놓은 음식의 목록이다.

남자 술꾼들과 여자 술꾼들은 내공과 깊이가 다르구나.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여자 술꾼의 대표 주자 같은 작가님은 술안주로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때마다 맛있는 것을 찾고, 쟁여놓고, 먹기 좋게 조리해 냉장고에 정리한다. 그리고 술을 곁들여 음식을 먹고 마신다. 살림을 한다고 하지만 게으름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작가님의 이런 부지런함을 보며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것은 그냥 술꾼이 아니다.

오늘 뭐 먹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의 질문은 결국은 오늘 뭐 해 먹지? 라는 질문으로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자리 잡아갔다. 집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말이지만 작가님은 조용히 “이건 순전히 집밥을 하지는 않고 먹고만 싶어 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 한다. “ “오늘 뭐 먹지?”라는 잔잔한 기대가 “오늘 뭐 해 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의무가 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음식 이야기라고 쉽게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뼈 맞은 기분이다. 실은 요즘 들어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 하나의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음식이네... 라고 입맛을 다시던 참이다. 하지만 역시나 묵직하게 마지막에 다가왔다. 결국에는 나의 집밥은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책 읽기는 끝났다. 편하게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어떤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던 그런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곽미성 지음 / 어떤책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열아홉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세 미술관을 오가며 유학을 결심했다. 프랑스로 갈 때 밥통은 당연히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엄마까지도 믿음을 가지고 멀리 떠나보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 보였던 나는 프랑스에 없었다. 이게 다 밥심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엄마 밥의 힘, 아니, 누군가의 노동력을 당연하게 무상취득할 수 있는 환경의 힘” 그렇다. 미처 눈치 채지 못하던 일상의 힘, 온전히 내 것으로 구성된 줄 알았던 ‘일상을 버텨내는 힘’은 그런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혼자 버티는 힘을 식탁에서 찾는다. 가난한 유학생이 가지 못할 것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 찾아 가기도 하고 친구를 따라 우연히 그의 가족식사에 따라 가게 되기도 한다. 혼자 그리고 같이 하는 식사를 통해 음식과 관계, 프랑스의 미식문화, 미슐랭 레스토랑들, 여성과 계급, 정치를 곁들여 사유한다. 짧은 글들이지만 잔잔하게 다가와 기억에 남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로 돌아와 나의 식탁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식문화에 가려져 있지만 서민들을 위한 요리는 오히려 부재한 프랑스의 먹는 문화 대해 이야기 하고, 미슐랭 스타를 중심으로 정해지는 식당의 성패가 셰프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래서 새로운 식당을 발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노력들을 벌이고 있는지, 왜 여성의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있지 않고 남성의 메뉴판에만 가격이 적혀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먹는 행위에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것은 또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 사회 역시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고양되어 있는 때가 아닌가. 어느새 북적북적한 식탁 보다는 혼자 먹는 식탁이 익숙한 사회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무조건 과거와 현재를 동일시하여 현재의 먹는 문화를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하곤 하는 어느 음식 평론가를 보며 종종 피곤함을 느끼곤 한다. 저자의 말대로 결국은 “사람 사는 건 어차피 다 다르다” 그리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그 달라지는 순간, 달라지는 식탁, 바뀌고 있는 문화를 어떻게 사유하느냐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에게 보다 더 필요한 질문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