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백화점 점원을 무릎 꿇힌 여성,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한 남성,
가당찮은 이유로 보복운전을 일삼고,
층간 소음으로 사람까지 죽이고 마는 이들.
가해자의 잘못이 확실해 보이는,
가해자를 향한 댓글의 비난이
강력하고 원색적일수록 많은 공감을 받는,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어쩌다 그랬을까.
어쩌다 그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선택 역시
그 순간만큼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 순간만큼은.
'최선'의 패였을텐데.
아마 본인도
그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닐까.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은
결국엔 사고일 수도 있겠다,
사건과 사고의 경계선이
정말 얇을지도 모르겠다,
따위의 생각에
분노보다도 안타까움이
앞서는 요즘.
'소설'을 쓰고
'소설'을 읽는 이유 역시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게 하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7년의 밤>은
바로 그 사실과 진실 사이의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를
기가 막히게 풀어낸 책이구요.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내 얘기 한번 들어볼텨? 하고
뺀질뺀질 슬쩍슬쩍
이야기를 던지는 느낌이라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숨가쁘게 달리는 기관차가
묵직하게 끌고 나가는 느낌입니다.
씩씩하고 거침없는
작가의 성향이 잘 드러난 작품,
속도감 있는 스릴러 한편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7년의 밤>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