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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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특히, 누군가의 생에 큰 영향을 주는 기록이라면 더더욱. 작가 전혜진은 생존을 위한 누군가의 투쟁을 그녀만의 소설로 담아냈다. SF, 호러 등 장르는 다양하지만 그 속에는 현실이 담겨있어 극현실주의 소설이라 칭할 만하다.


"기록으로 연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소설의 장점은 이야기의 결말을 현실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는 측면일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주도하는 목소리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분들의 목소리여야 한다. 상상된 결말 또한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드시 당사자분들이 원하는 방향, 인간의 존엄을 향한 정의로운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 '바늘 끝에 사람이', p.349


 작가는 현실의 비극을 다루기 위해 그 지역 출신의 지인이나, 일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에게 먼저 읽혀보고 나서 편집자에게 보냈다. 조심스럽게 그 일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나 표현을 찾았다.


 '바늘 끝에 사람'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민주화 운동, 제주의 이야기 등을 담아내었다. 단편 소설의 엮음이며, 그 장르 역시 제각각이지만 모든 이야기는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기 다른 소재의 이야기에 따라 각기 다른 장르를 활용하였기에 매력이 풍부한 도서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SF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첫 이야기인 '바늘 끝에 사람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쩌다 보니 이 책의 표제를 가장 선호하는 파트로 선정했는데 운명인가 싶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를 미래의 이야기로 담아내어 회사의 마응대로 온 몸의 과반이 기계가 되어버린 이의 목소리를 담아내었다. 기계가 몸의 대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어쩌면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배경은 미래이지만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얼마 전 떠들석하게 했던 모 기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너는 정말로 모르지. 우리도 사람이라는 것을."

- '바늘 끝에 사람이', p.25


 엄청난 정보의 시대. 우리는 쉽게 알고 쉽게 잊는다. 그러나 잊혀져서는 안되는 사실들이 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는 또다시 분노하고 또다시 잊는다.


역사의 뫼비우스 띠는 과연 끊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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