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때로는 삐딱한 정치적 주장이고, 때로는 무모한 윤리적 불평이고, 때로는 기묘한 미학적 항변이다.

나는 심각한 결점이 있는 존재에 항상 끌렸던 것 같다.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결점 때문에 언제나 논쟁의 한가운데 휘말려 든 인간들에게 항상 매혹됐다."

- '낯선 사람', pp.6-7


 '낯선 사람'. 제목이 영화나 드라마 제목 같아 어떤 도서일지 궁금했다. 한겨레출판에서 제공한 짧은 도서 소개도 보았지만,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가장 궁금했던 도서였다. 책을 받아들고 든 생각은 '낯설다.'였다. 표지부터 낯선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도형과 함께 마치 중간중간 끊어진 듯한 표지 디자인. 표지는 이 책의 분위기를 단 하나의 장면으로 결정지었다.


"이 책은 낯선 사람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사람들로 채워졌다."

- '낯선 사람', p.6


 부끄럽지만 하나 고백을 하자면, 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에르네스트 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낯설다. 모두 한 시절을 풍미할 정도로 엄청난 이들이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 본 낯선 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웠고, 작가가 던지는 인문학적 질문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가령, '포르노 배우 출신 국회의원의 행보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든가.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질문은 한순간에 역사학에서 기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기록의 대상은 누구이며 그 자격은 무엇인가. 기록자는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남겨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직은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챕터는 '레니 리펜슈탈'이다. '레니 리펜슈탈'은 히틀러의 치어리더로 '올림피아'와 '의지의 승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여성이다. 그녀의 다큐멘터리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올림피아'는 베를린 올림픽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한 번 볼만할 법하다. (나치 프로파간다를 권유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다큐멘터리 감상의 의미로 권하는 것.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님.)


​작가는 이 챕터를 통해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만약 어떤 놀라운 역사를 담은 창작물의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낯선 사람', p.58


 배우로 시작한 '레니 리펜슈탈'은 단순히 누가 만들어놓은 틀에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카메라 뒤에서 모든 것을 다루고 지휘하는 연출가가 되고 싶었다. 그녀의 니즈는 히틀러의 주문과 맞아 떨어졌고 그렇게 그녀는 나치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그녀의 영상은 지나치게 아름답고 영화로서 가치가 뛰어나지만 나치 프로파간다 아래에서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허구가 되었다.


"인간이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이상 다큐멘터리의 정의는 종종 흔들린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함정이다. 사실을 카메라의 작은 프레임 속에 담고, 음악을 깔고, 편집을 하는 순간 사실은 다시 인간의 손으로 쓰인 일종의 허구가 된다."

- '낯선 사람', p.61


 26인의 낯선 사람을 다루며 인문학적 질문을 함께 던지는 '낯선 사람'. 그들은 잊혀졌거나 잊혀져야만 했던 존재들이다. 저자는 그들을 다시 사회의 이면에서 건져올렸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이들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가지고 한 번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다양한 논쟁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딜레마다. 혹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딜레마다."

- '낯선 사람', p.67

-

🌟POINT

1) 역사 저편에 있던 낯선 사람의 조명

2) 토론의 현장을 만들어낸다

-

낯설거나 낯설어야만 했던 26인의 이야기

<낯선 사람>과 함께.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