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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읽은지 오래되어 디테일은 잘 기억하지 않지만
다행히도 이런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해
책 한구석을 고이고이 접어놓은 내 손가락에게 감사를..
이제 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이 소설에 대해서는
짧은 드라마스페셜을 본 느낌이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설정과 스토리 때문..인듯.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이며,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인 현대사회,
'남자의 인생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향방이 뒤바뀌었고, 여자의 인생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 하는 데 따라 그 성패과 결판나는 세상.'..
참 서글프다. 그리고 이걸 서글프다고 인식할 수 있는 서른다섯의 내가 더더욱 서글프다.
어느 날 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살아보니 남자는 인맥이더라, 우리 아들의 인맥을
탄탄히 구축해주려면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를 보내야하고
언제든 '메이저'가 될 수 있으려면 그들이 노는 물에
풀어놔야 한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용감하게 고백해본다.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해왔고,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고,
내 아들에게 어떤 삶을 물려주고 싶은가..에 관해,
자본주의적 삶에 적극적으로 순응하여 남에게 상처를 줄지언정
스스로는 상처입지 않게 키워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에 대한 면역력 자체를 키워 상처받더라도
그게 상처가 아닐 수 있도록 키워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내 과제가 될 것이다.
소설 속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대비를 통해
작가는 '재화의 감옥'을 보여주고
'자본주의적 슬픔'을 말하고자 했으며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 좋은 수많은 것들을 욕망하는 과정에서
잊혀지는 소중한 영혼의 가치들을 말하고자 했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은 어디에든 있을지 모르지만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거라는 자학적인 상상은 아프기 한량없다.'-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