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

#1 csi의 교훈

 

csi를 자주 보다보니까 그 법정이 우리나라 법정이라고 과히 착각하고 살아온 것 같다. csi에서는 범인이 범인이 아니다(?).

csi의 풍경을 보면,  

빤히 보이는 범인일지라도 경찰서에 데려와서 범인 취급을 하는 일은 절대로 없고 혹시나 심문 중에 과도한 절차가 있으면 변호사 뿐만 아니라 담당 검사가 경찰을 찾아와서 '이런 절차로 나온 증거는 법정에서 채택될 수 없으니 조심하세요!!'하고 야무딱지게 말하고 사라진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용의자를 돌려보내고(이 책에 의하면 용의자가 알아서 집에 가는거다.) 과학수사를 진행한다. 용의자가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해도 그 과학수사의 증거물들이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그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엔 절차상에 문제가 있어서 모든 증거가 범인을 지목하고 있어도 풀어줘야 할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말 안해도 알거다.

'말할권리'뿐만 아니라 '말하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아야 함을 새삼 느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람을 얄밉게 보는 정서도 고쳐질 때가 된 거 아닐까..싶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의 권리를 우선하는 법정의 정서를 알기 쉽게 잘 다루고 있는 csi 방송시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 결론이 이상하군.)

 

#2 국가권력의 괴물화

 

이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개인의 범죄도, 어떤 깡패조직의 범죄도, 국가가 괴물로 돌변하는 순간 만들어낼 수 있는 참극과는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한 사람의 또라이 때문에 그런 참극이 발생하는 건 아니란 점.

'20세기의 문명과 야만'이라는 두꺼운 책을 보면 히틀러 밑에서 유태인을 학살했던 병사들이 다들 또라이였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아니다'. 나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데서 섬뜩함을 느낀다.

이미 우리나라도 그런 참극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한번쯤은 다 생각해본 문제이리라.

 

#3 법대로만 하면.

 

책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법학자들의 해석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보다 헌법에 명시된 말 그대로 '기본'만 지키면 법정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는 사그러들 거란 생각이 든다.

그 기본이란 것이 말장난으로 이리저리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헌법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나도 책을 보면서 장머리마다 살짝살짝 언급된 헌법 조항 몇 개를 봤을 뿐이지만, 헌법에 명시된 국민들의 권리가 모두 보장되고 있다면 정말 든든할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4 차별이라니!

 

몰랐던 사실인데, 미국 서부 버지니아 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취업과정에서의 질문조항은 꼭 언급하고 싶다. 남녀 성별 표기, 몸무게와 키, 출신국가, 출생년월일, 부양가족의 수, 사진, 종교 및 신조, 등등등.... 묻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정말 많다.

특히 성별, 출생년월일, 사진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취업할 때 너무도 당연하게 요구되는 거라 충격적이다.

성별에 대한 차별.. 나도 여자기때문에 느끼지만 이 좁은 바닥에서도 느낀다. 아직 사회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내가 여자로 사는 게 어떤 때는 전쟁이라고 느낀다면,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분들은 어떨까?

웃긴 건,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젠 안 그래. 많이 좋아졌어"라고 말하는 건 전부 남자들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지으신 분이 설명을 너무 잘 해놔서 고맙더라는 것.

나같은 문외한이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교양 강의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딱딱한 '~하다'체가 아니고 '~합니다'체를 써서 정말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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