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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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관계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사랑에 몸을 던지나 보다. 순간의 충만함, 꽉 찬 것 같은 시간을 위하여. 그러나 사랑의 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소모하지 않는 삶을 위해 사랑을 택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 사랑이 깨지고 나면 삶이 가장 결정적인 방식으로 탕진되었음을 말이다."                                                       

 

"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 세상에 인간의 힘으로 이해 못할 인간의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얼마나 더 살아야, 불쑥불쑥 들이닥치는 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의연하게 찡긋 윙크해줄 수 있을까?"                                                                            

 

"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                  

 

" 동안 몇 차례의 실패한 연애들을 겪었다. 나의 옛 연인들은 제각각 다양한 결격 사유들을 치질처럼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헤어진 뒤 그들 대부분이 결혼하여 멀쩡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게는 치명적이었던 그 남자들의 문제를, 다른 여자들은 둥글게 감싸안고 살아가고 있는거다. 나의 연애들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그 남자들의 사정 때문이 아니라 나의 사정 때문임을 이제는 알겠다."                                     

 

"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한 이별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은 행복하게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평화롭게 이별하는 연인들이 더 부럽다."   

 

 

이 소설은 참 감각적이다. 지금 우리들이 쓰는 말들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때로는 너무 가볍게 느껴지면서도 어떤 때는 공감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을 읽은 시점이, 한참 서른이라는 나이를 목전에 두고 두려움 80%와 기대 20%의 심정으로 가까운 미래를 점쳐보는 때라.. 서른 두 살의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고, 결혼할 남자도 없고...

사표를 쓰고 나오면서 퇴직금으로 스스로에게 하트 목걸이를 선물할만큼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결정이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되어야 하는건데.

 

이 놈의 사회가-적어도 내가 느끼기엔-갈수록 정착하기 힘들게 만든다. 결혼이 늦어지고 첫아이의 출생 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뭔가 준비된 인간이 되기에는 서른살도 부족한 것 같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마 내가 서른 두 살에도 이 책을 읽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벌써 암울해진다. 갈팡질팡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사춘기에만 오는게 아닌가보다. 서른 살의 미혼 여성에게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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