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뒤마 클럽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가 드물게 두 번 읽은 책이다.
한국어를 무진장 잘하고,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을 줄줄 꿰고 있는 중국어 선생님이, 정말 재밌어서 다섯 번, 여섯 번 본다는 '나인스 게이트'라는 영화 때문에 다시 한번 읽어볼 엄두를 내게 되었다. 사실 나인스 게이트는 이 책의 일부를 영화화 한 것인데, 선생님 말로는 볼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단다. (난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다.)
책은 두 가지 줄거리가 평행선을 달리기도 하다가, 교차하기도 하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 주인공 코르소는 값나가는 고서적 중개인인데(영화에서는 조니 뎁이 코르소 역을 맡았단다), '삼총사'를 지은 뒤마의 원고 일부, 그리고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개의 문'이라는 책의 진위여부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그 두 가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두 개의 줄거리를 이룬다.
사실 두 개의 줄거리를 ?아가면서 이게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아니면 소설에서 나오듯 단순히 코르소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했던 '상호 텍스트성'이라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소설 속에서는 두 개의 책(혹은 원고)을 주인공이 추적하게 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사건들은 단지 '우연'이었을 뿐이다.
첫번째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반전을 포착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덮을 때 다소 허무하다는 감정 때문에, 때로는 페이지의 반을 차지하기도 하는 각주에다가 두껍기까지 한 이 소설을 쓴 작가한테 화가 나기도 했었다.
두번째 읽으니까, 이제는 나무보다는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전....ㅋㅋㅋㅋ 다소 씁쓰레한 반전이긴 하지만.
이 책은 논문같은 소설이다. 작가가 초특급 울트라 캡?독서광이라서인지, 각주만 읽어도 유럽중세시대의 고전문헌들에 대해서 얄팍한 지식이라도 건질 수 있게 된다. 또 한편으론 논문이 갖는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각주에 달려있는 책 제목과 내용을 ?어보다 보면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뒤마클럽..이라는 제목은, 결국은 '뒤마클럽'이다(읽어보면 안다). 세상에, 일본의 매니아 문화가 극도로 발전해있다지만, 이건 매니아 수준을 넘어서서 싸이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두 번째 읽으면서 건진게 많았다. 하마터면, 한번만 읽고는 먼지가 쌓이도록 내팽개쳐두고 누군가가 '뒤마클럽'에 대해 물으면 "괜히 두껍기만 하고 각주가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작가가 자기 지식을 자랑하려고 쓴 소설일 뿐이야." 라고 대답할 뻔 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뒤마가 쓴 삼총사의 일부로 '앙주의 포도주'는 존재하지만
'아홉개의 문'은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