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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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에도 종류가 있고, 빙하에도 종류가 있다. 워낙 눈이 귀한 지방에서 살다보니까 눈의 종류라고는 펄펄 내리는 눈과 비랑 섞여서 내리는 눈 정도만 구분하는 정도지만, 저쪽 극지방에 가면 내리고 있는 눈, 땅에 떨어져서 굳어있는 눈에도 제각기 이름이 있나보다.

소설 후반부의 주무대인 그린란드에 가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눈과 빙하의 생태(?)가 그려진다.

 

스밀라는 참 쿨한 여자다. 서른 일곱에 독신이고, 쿨하다 못해 어딘지 제멋대로인것 같은 성격이다. 작가는 스밀라의 배경이나 성격에 대해서 '이 여자는 언제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식으로 이야기해주지 않고 스밀라의 독백으로 그녀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고 들었다. 조금 색다른 추리소설.

스밀라처럼 얼음같은 여자가 같은 연립주택(굳이 말하자면)에 사는 이사야라는 소년의 죽음을 목격하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사야에 대한 스밀라식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스밀라만의 독특한 눈에 대한 감각...스밀라는 어떤 여자이길래 동네 꼬마의 죽음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의 비밀까지를 목숨걸고 파헤칠 수 있었을까.

스밀라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이 책에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캐터필러 바퀴가 달린 태엽감는 탱크가 하나 있었어요. 그 탱크를 다른 물건 앞에 놓아두면 낮은 속도로 그 물건을 타고 넘어가죠. 물건이 수직으로 놓여 있으면 탱크는 방향을 돌려서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을 발견할 때까지 가장자리를 기어다닙니다. 멈출 수가 없죠. 당신은 그 탱크 같아요, 스밀라."

 

스토리 자체와 스밀라 개인적인 신상도 참 흥미롭지만,

이 책에는 수학, 지질학, 고고학, 해양탐사학, 생물학..그리고 배와 빙하에 관한 엄청난 지식이 전시되어 있다. 그걸 줍든지 말든지는 읽는 사람 마음이겠지만.(난 안 주웠다. 좀 어렵다.)

 

스밀라는 정말 독창적인 캐릭터였고, 내가 결혼하지 않은 채 서른 일곱이면 그런 여자가 되어있지 않을까..하는 걱정반 기대반.^^

 

그리고 건져 놓은 몇 마디

"인생의 어떤 것도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통로가 될 수는 없다. 마치 남겨놓고 가는 유일한 것인 양 매 걸을음 떼어야 한다."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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