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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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주제 사라마구, 알랭 드 보통, 베르나르 베르베르(요즘 이 분 소설을 좀 못 읽었긴 하지만) ..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서 단연코 1등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선 많은 생각을 하지만 불멸에 대해선 다양한 스펙트럼 없이 단순히 한 가지만을 염두에 두지 않을까, 즉,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라는.. 뭐, 나도 숱하게 그런 말을 들어왔고 내가 죽으면 역사에 이름 한 점 남길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거란 환상을 오래오래 품어왔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가 소설 속의 괴테와 헤밍웨이의 입을 빌어 말하는 불멸이란 것의 측면에는 이런 것도 있다. (내 식으로 예를 들자면) 그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을 바로 얼마 전에 읽으면서 나는, 헤밍웨이는 돈을 얼마나 벌었길래 키 웨스트에 수영장 딸린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부인은 몇 명이나 되었을까 ㅋ, 이곳 저곳 종횡무진 쏘다니고 별별 일을 다 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살았을까,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도 위대할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불멸을 생각하지만, 죽음과 함께 생각해야 함을 망각"한다. 헤밍웨이의 불평(죽어서 괴테와 나누는 대화 중)을 들어보자. "사람은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불멸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입니다. .. 죽어서 갑판 위에 누워 있을 때, 나를 에워싼 여편네 네 명을 보았지요. 다들 쪼그리고 앉아, 나에 대해 아는 모든 걸 끼적거리고 있더군요.... 게다가 기자 수백명이 마이크를 들이대며 앞을 다투어 그들을 뒤쫓았고,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는 교수 군단이 그 모든 얘기들을 분류하고 분석하고 발전시켜, 수없이 많은 논문과 수백권의 책을 펴냈답니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헤밍웨이에 관한 진실이란 건 (최근에 출판된 헤밍웨이의 백스물일곱번째 전기에서) 헤밍웨이는 살아생전 참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쟁 때 입은 상처 수를 부풀리고 어느 시점부터는 성불구자였다는..뭐 그렇고 그런 뒷공론들. 그러니 헤밍웨이는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못했던 거다.

 

괴테의 말은 더 기막히다. 괴테는 꿈속에서 자신의 작품 파우스트를 인형극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시구들을 읊다가 문득 객석을 바라보니 객석이 텅 비어있었다.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괴테는 객석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무대 뒤에 서 있는 걸 발견한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괴테를 관찰하고 있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아니라 괴테를. 무대에서 달아난 괴테는 집으로 와 서재에서 문을 잠그고 마음을 달래려 한 순간, 그를 쫒아온 사람들이 창문에 빼곡히 붙어있는 걸 발견한다. 그게 불멸이란 거다. 잊혀지지 않음. 우리가 알고 있던 불멸이란 것의 기가 막힌 또다른 측면.

 

그와 비슷하게 베르나르 베르트랑이라는 작품 속 인물이 겪는 "영예"라는 게 있다. "그는 성공을 꿈꾸었지만, 성공과 영예는 다르다. 영예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아나 당신은 그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며, 마치 당신이 자기들의 소유인 양 행동한다."(이 대목에서 난 밀란 쿤데라"님"께 사과했다. 마음대로 이름 막 부르고 당신의 사생활(결혼했나? 같은)을 궁금해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괴테의 연인으로 알려진 베티나. 난 그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이 소설로 간접적으로 알게 된건 베티나가 괴테의 연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베티나는 괴테를 사랑해서 연인이 된게 아니라 괴테의 불멸을 욕심냈기 때문이라는데 초점을 맞춘다. 역사에 길이 남을 괴테라는 위대한 작가의 젊은 연인. 그 타이틀!!(요즘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성공하겠군.)

 

아녜스, 폴, 로라,.. 괴테와 베티나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독특하게도 아녜스라는 인물의 탄생과정까지 낱낱이 공개된다. (이 아녜스라는 여자, 여긴 자세히 적지 않겠지만 나랑 너무 비슷해서 소름끼칠 정도였다. 내 세례명도 아녜스 아닌가!!) 게다가 소설 속의 인물과 실제 인물이 서로 만나기도 하고, 뭔가.. 뫼비우스의 띠같은, 뭐가 소설이고 뭐가 현실세계인지 헷갈리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구조였다.

뒷표지에도 인용되어 있지만, 작가 자신의 말을 들어보자면..

"지금 자네가 쓰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거야. 자네 역시 그 이야기를 읽고 슬퍼할 걸세."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지만 그때 난 제목을 잘못 달았어. 그 제목은 지금 쓰는 소설에 붙여야 했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더불어 이 '불멸'도 내가 단번에 빠져들어버린 책이다. '농담'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집 서재에 없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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