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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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상당히 흥미있게 읽었지만, 솔직히 카톨릭이라는 종교를 버젓이 가진 사람으로서(성당엔 어쩌다 나가지만) 약간의 우려랄까, 학습된 두려움이랄까. 그런 감정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옮긴이 역시도 작품자체에 대한 감상은 극도로 아끼고 있다. 사라마구 역시 이 작품 출간 이후 포르투갈을 떠나 살게 되었고, 1998년에 노벨상을 탔을 때 교황청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하니 내가 갖고 있던 학습된 듯한(뭐라 객관적으로 둘러댈 말은 없으면서 괜히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같은, 마치 우리가 어린시절 늑대로 표현되던 빨갱이에 대해 갖고 있던 반복학습된 두려움 같은 것) 두려움과 불편함은 사실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거라 본다. 아마도 특히, 기독교인들이 이걸 읽으면 거세게 들고 일어나지 싶다. 

 

그러면서도 삐딱한 시선으로 "다시" 생각해보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뭔가 후련한 구석이 없쟎아 있었다. 인간 예수의 입장에서 쓰인 예수복음이라... 예수는 사랑도 하고 고뇌도 하고 심지어는 반항도 하는, 왜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어야 했는지, 더 나아가 어째서 하느님과 자신의 이름으로 후세에 수백만명이 죽어가야 하는지를 고뇌하고 힘겨워했던 인간이었다. 순간순간 가슴이 철렁하는(이 역시도 학습된거라 본다. 만약 내가 성경과 종교에 문외한이었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을 텐데) 신성모독이랄까, 그럼에도 이 책의 순작용은, 아니 혹은 반작용은 다시금 성경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인데, CSI 의 길 반장이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신은 믿지만 종교는 믿지 않는다고.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내고 그걸 위해 피를 정당화한다. 그런 점에서 나도 길 반장의 말에 동감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책, 예수복음이 맘에 든다. 비록 내 주변에서도 이 책에 대해 손가락질할 수많은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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