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ㅣ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왜 갑자기 현대사냐구요? 제가 역사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밑줄 긋고 암기하던 국사를 배우다가 졸업하고나니 다시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더군요. 기회를 만들었으면 됐을텐데, 그저 상식 수준의 역사지식만 근근히 유지하면서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 오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러다 진지하게 "스스로" 역사책을 편 순간은 대학교 1학년때 한국근현대사에 관한 책이었을겁니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제가 다닌 학교에서는 근현대사는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고 공부를 안했었어요. 정말정말 모르고 살다 대학와서 그 책을 펼친순간, 이게 대한민국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승만이니 박정희니, 6.25 전쟁과 80년에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 이건 뭐 분명 우리나라 이야기가 맞긴 맞는데 어찌 그리도 생소하던지요.
그때 느낀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짖밟혀진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분노였고, 무지한 저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그런 분노의 정서였습니다. 현재 정권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꽤 많습니다. 한편으로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화가 납니다. 제가 2년전 한국을 떠날 때,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안 돌아오면 좋겠다, 라는 비겁하고도 웃긴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촛불시위가 진압되고 유모차를 끌고 나갔던 애기엄마들이 조사를 받고..하여튼 제 눈엔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통령의 정책이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생각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지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민해집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정치가 우리에겐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걱정하는 게 건강보험을 민영화한다는 것과 교육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지금의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요.
한홍구 선생님은 이 책에서 일제시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만 사실 현재 이 시점에서의 방향을 묻는 것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룬 민주화인지, 사실 우리 세대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고등학생들도 예전의 저처럼 수동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촛불시위 때 봤지 않습니까?)
역사를 알고 나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것. 그게 제가 근현대사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동의한 게 있는데, 공부해서 알면 알수록 사람이 진보적이 되어가는 것 같애, 라는 거였죠. 우리 둘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남편도 저도 전공 덕에 '없는 자, 빼앗기는 자'의 입장을 맞닥뜨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킬 것(기득권이랄까)이 없기 때문에 진보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할수록 이 방향이 아니구나 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특강'이란 제목 밑에 '역사의 한복판에서 길을 묻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게 역사를 공부하고, 공부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