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위스퍼 - 행복한 엄마들의 아기 존중 육아법 베이비 위스퍼 1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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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선 할말이 참 많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애석하게도, 저자 트레이시 호그가 2004년에 돌아가셨다니

그 분 무덤앞에 꽃이라도 놔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 그것도 한국에서의 직항편도 없는 촌구석까지 와서

애를 낳고 보니, 우린 육아에 대해 도움을 얻을 곳이 없었다.

몇 권의 육아서와 인터넷이 다였다.

그러다 이 책이 괜찮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출산후 2주쯤 지났을 때 급히 주문했다.

어찌나 마음이 급했던지, 한국어로 번역된 걸 기다리지 못하고

미국에서 원서를 주문했다.

(그냥 한국에서 주문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존 배송이 느려서 거의 한국에서 오는 시간과 비슷했다.ㅋ)

 

이 책을 난 좀 늦게 접했지만

혹시 주변에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열심히 정독해놓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저자 역시도, 다른 육아서들처럼 필요한 항목만 골라 읽지말고

처음부터 정독하길 권하고 있고,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트레이시 호그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에 대한 "존중"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기다리고, 양육해야 한다는.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존중하는 것인지를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나도 많이 배웠고, 내 아이를 존중하기 위해

적어도, 노력하고 있다.

 

군데군데 형광펜으로 그어가면서 읽었고

우리나라 육아서에는 나오지 않는 소중한 tip들이 많아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너무 힘들었던 첫 두 달 동안,

내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내 아기를 사랑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솔직한 말로, 뱃속에 있을 때의 기대감과는 달리

난 태어난 아이를 바로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당혹스럽고, 두렵고, 어떤 때는 외면하고 싶었다.

(트레이시 호그는 그게 당연하다고 한다.)

물론 사랑스러운 순간도 분명 존재하고,

내 아이이기 때문에 드는 의무감, 책임감도 있었지만

일단은 피하고 싶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아이를 재우고 새벽 3시에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랬던 나에게,

자신의 아이라도 사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젠 아이를 뗴어놓고 어딜 가지도 못할 정도다.

곧 보고싶어진다)

 

우리는 다행히도, 병원에서 퇴원할 때 배운대로

feeding log를 매일매일 작성하고 있었다.

트레이시 호그가 말하는 E.A.S.Y의 첫 단계다.

 

우리 아이가 퇴원해 와서 일주일간,

아무도, 어떤 조언도 없었던 그 일주일간,

우리도, 아이도 정말 고생했었다.

자꾸만 울고, 정말 죽을 듯이 울고,

달래도 안 통하고, 그래서 먹이고, 그럼 또 울고,

잠은 조금 자고, 또 울고, 그러다 지쳐서 잠들고,..그런 식이었다.

소아과에 갔더니 너무 많이 먹이는게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소화가 잘되는 모유로만 먹이기로 하고,

가능한 한 시간을 지켜 먹이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가 우는 이유는 배고파서 만은 아닌데,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먹이기를 계속했고,

그게 위 속에서 부담스러워서 아이는 계속 울었고,

달래느라 흔들고, 어르고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overtired, 혹은 overestimulated 했기 때문에

주위를 차단하기 위해 죽도록 울어댔던 거다.

 

지금?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3시간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먹었고,

이제는 4시간에 한번씩 먹는다. (그래도 보채지 않는다.)

먹고 나면 기저귀를 갈고,

약 30분-1시간 반 정도를 논다.

모빌도 보고, 운동도 하고, 눈마주치고 까꿍! 하기도 하고,

목욕을 하거나, 유모차를 타고 나간다.

그러다 하품을 하기 시작하면 재우기 모드에 들어간다.

아직도 낮에 재우기는 좀 어렵긴 하다.

하지만 예전에 얼굴이 보랏빛이 되도록 울던 것과는 달리

조금 칭얼칭얼 하다가 잠이 들고,

그 다음 feeding 시간까지 낮잠을 잔다.

밤에는 마지막 수유를 하고 나서 5-6시간을 잔다.

2개월 조금 넘은 아이 치고, 참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다 이 책 덕분이다.

책 광고하는 사람 같긴 하지만 ㅋㅋ, 사실인 걸.

 

여전히 힘든 건 있다.

낮잠 잘 때, 카시트가 아니면 안 자고 ㅡㅡ;

잠이 들어도 금방 깨버리기 때문에 옆에 딱 붙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곧, 훈련(?)에 들어갈 생각이다.

밤에 자듯, 자기 침대에서 자기.

그리고 혼자서 잠들기. 그게 재현이와 나에게 남겨진 과제다.

물론, 앞으로 이가 나고, 앉고, 기고, 이유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과제들이 생겨나겠지만,

아이를 존중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하다보면 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아이 뿐만 아니라 '나'의 소중함도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느라 나를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아이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온 가족'에게 초점을 맞출 것.

원서라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안 읽었으면 큰일날뻔 했다.

정말 고마운 책이다.

예비 부모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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