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특별하다"는 이 소설을 알게 됐고 도대체 얼마나 특별하기에 현대소설에 온갖 특별한 수식어들이 붙는지 궁금해져서 주문했었다. 정말, 여러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내가 받은 가장 강렬한 인상을 정리하면, 고상함을 표방하나 어쩔 수 없이 싸구려티를 내고야 마는 그렇고 그런 대중문화를 비꼬면서, 표면적으로 보면 그런 싸구려 문학들보다 훨씬 더 신랄하고, 너무 원초적이어서 낯 뜨거울 정도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무형문화재의 공연을 보듯 애정이 가고 나름의 품격이 느껴진다.... 너무 길었나? 천하의 박색인 한 노파의 저주로부터 시작된 금복과 춘희 모녀의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하다는 말로는 더없이 부족한 것이 줄타기하듯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다. 하지만 '말도 안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이야기에 확 낚여서 끌려들어가버린다. 제법 많은 분량에 하룻밤을 꼴딱 새도 모를 만큼 재미난 이야기가 꾸불꾸불하게 끊임없이 전개되는 느낌.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에 빚진 게 없는 작가" "이 작가가 선택한 이야기 전략이 글이라기보다 말이라는 사실" 이라는 누군가의 심사평이 딱 들어맞는다. 정말 특별했다. 벙어리 춘희, 덤보, 평대라는 곳의 벽돌공장, 고래극장.. 그 모든 게 마치 영화처럼 기억 속에서 펼쳐진다. 엄청난 이야기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