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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리타 레이놀즈 지음, 조은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2월
평점 :
이 책, 손 놓았다. 포기했다.
어제 하루 고작 한 chapter 보면서 눈물을 세번이나 쏟았다.
급기야는 남편이 이 책을 뺐으려고까지 했다.
반려동물의 죽음.
지은이는 동물 호스피스이다.
반려동물이 죽을 때 죽음의 과정을 지켜봐주고
그 과정에 있는 동물과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보리가 여섯 살이다.
사실 유기견이었던 보리는 정확한 나이를 알 수가 없다.
그냥 나한테 왔을 때 1년 쯤 됐을거란 이야기를 듣고
한 해 한 해 나이를 보태나가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나랑 산지 5년째다.
나에게 보리는, 아니 그 이전에 우리집에 있었던 강아지들은
남은 밥을 처리하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 아니라
다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가족'이었다.
보리 역시 나에겐 가족이기에 이 먼 미국까지 고생하면서 데려왔고
음식, 잠자리, 모든 걸 가족처럼 신경써준다.
사람 먹는 음식이 비만, 당뇨, 암을 유발한대서
과일이나 야채 이외에 조리된 음식은 일절 주지 않는다.
그래야 건강한 채로 우리와 오래오래 머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요즘엔 '반려' 동물이란 말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몇 몇 어른들은 개와 가족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에 데리고 와서부터 보리가 부쩍 늙기 시작했다.
낮동안에 활동도 줄고(산책 나가면 날아다니지만)
얼굴에 희끗희끗한 털도 늘어난다.
예전에 내가 어디서 인형만 구해오면 현관에서부터 달려들던
그 보리가, 더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비타민도 먹여보고, 칼슘도 먹여보지만
언젠가 보리가 우리를 떠날 거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다.
너무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정 떼는 걸 그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준비가 되어 있어야
앞으로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를 보리와의 삶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못 읽겠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보리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이제는 표지만 봐도 눈물이 난다.
그냥 이 책이 전하려고 하는 바만 고이 간직하고,
나중에 보리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그 때가서 다시 읽을 생각이다.
아마도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을 거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막상 보리가 떠날 때가 되면
세상이 무너지듯 슬퍼할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보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던 모든 감사한 일들,
한결같이 우리를 따르고 조건없이 사랑해주고 우리를 웃게했던
모든 기억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가져갈 수 있도록
이 책은 지금에 충실하길 현재를 행복하게 살길 주문한다.
나도 보리에게 많은 걸 배웠고, 많은 걸 받았다.
저 아이가 떠날 때까지 내가 꼭 지켜봐주고 싶다.
그 과정이 나에게 아주 고통스럽더라도
그게 내가 보리에게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사랑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