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렬한' 삶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 이런 거로군! 젠장!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걸! 이 아름다움을!"

 

이 책을 그렇게 끝났다.

꼴통같던 오스카 와오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인생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다.

 

그의 짧고 놀라운 삶. 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이

3대를 관통하는 저주였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했던 도미니카 공화국과 트루히요 정권,

그리고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삶을 알게 되었다.

 

트루히요 정권 치하의 산토도밍고의 삶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환상특급>(tv시리즈, 우리세대는 알걸?)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마을 피크스빌을 빌려온다.

 

"신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괴물같은 백인소년이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된 피크스빌을 지배하는 내용이었는데,

사악하고 제멋대로인 백인 소년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살게 되고, 소년의 보복으로 불구가 되지 않기 위해, 혹은 더 끔찍하게는 옥수수밭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고발하고 배신한다."

 

이 이야기는 푸쿠(저주)로부터 시작되는데,

소설 곳곳에 나타나는 얼굴없는 남자, 몽구스, 사자같은 호박색의 눈, 등의 그들 민족 특유의 미신적이고 신비로운 요소들이

화자(유니오르)의 빈정대는 듯한 말투와 어우러져

특유의 말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잘 나가던 외과의사이자 엄청난 부의 소유자였던

오스카의 할아버지대부터 시작된 트루히요의 푸쿠.

그리고 혼란과 몰락 속에서 태어난 밸리(오스카의 엄마)와

푸쿠의 대물림.

과연 오스카의 삶 역시도 푸쿠의 연속이었을까.

 

그러고보면 트루히요가 지배했던 그 당시의 역사와는 무관한 듯

짐짓 남 얘기하듯 진행되던 이야기도

사실은 이들의 개별적인 삶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어했던 바를

일부러 무관심한 척 서술함으로써

오히려 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스카의 할아버지, 엄마는 시대의 불운에

어쩔 수 없이 걸려들었다지만 오스카의 경우,

트루히요와는 아주 동떨어진 개인적인 문제로 인한 비극이었다.

원래 미신적인 '저주'라는 게 그런거 아닌가.

어디서, 어떻게 스며나올지 모르는 불운.

 

sf와 판타지에 미쳐있던 오스카, 평생 사랑한번 못해보다가

죽기 직전에 가장 달콤한 순간을 보내고 인생을 예찬한다.

어느 날 갑자기 표지를 보다가

오스카가 어떻게 죽을지 알게 되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거다.)

 

그의 삶이 짧긴 했지만 놀랍기도 했을까?

어쩌면 이민자의 삶을 풀어놓자면 대부분이

소설 한권 분량을 토해놓을 것이고,

특히나 그 이민자가 독재정권의 핍박에 눌려

도망나올 수 밖에 없었던

디아스포라라면 더 '놀라'워 지는 스토리일거다.

 

이 소설은 그 외에도 뭔가가 더 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랍고 '강렬한' 삶.

 

2008년 퓰리처상 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

 

아껴읽으려고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