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긴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요즘 여행에 관한 책들에 자꾸만 손이 간다.

 

왜, 여행을 결심했고,

어떻게, 여행을 행동으로 옮겼으며,

무엇을, 여행을 통해 얻었을까?

사실 내 경우엔 이 세 가지가 모두 정해져 있는 편이지만,

(그래서 엄밀히 따지자면 여행이 아닌듯도 하다 -_-;)

가능한한 불확실성과 융통성을 늘려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다.

 

이 책은 행복한 나라를 찾아 세계를 여행하게 된 에릭 와이너의 재미난 여행기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을 알진 못하지만 글발에서 느껴지는 에릭 와이너는

조금은 냉소적이고(어떤 땐 오만하게까지 느껴진다), 투덜거리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음 속엔 애정이 깊이 깔린 사람인 듯하다.

 

그가 찾아다닌 곳은(책 뒤표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마리화나가 불법이 아닌 네덜란드.

치밀한 완벽함과 속 터지는 소심함의 한 끗 차이, 스위스.

국왕이 친히 국민행복지수를 챙기는 부탄.

세금도 안 걷는데 국민들에게 용돈까지 주는 부자나라 카타르.

실패를 권장하면서 다양한 인생을 격려하는 아이슬란드.

불행한 나라 몰도바.

쿠데타 정도는 신경도 안 쓰는 태국.

tv의 행복실험에 동원됐었던 불행한 마을 영국의 슬라우.

진리의 가르침과 뻔뻔한 사기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인도.

영원한 스위트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이사하는 사람들의 미국.

 

순간적으로 용돈까지 주는 나라 카타르가 몹시도 부러웠지만,

조금더 생각하고 나니 내게 딱 맞는 나라는 아이슬란드가 아닐까 싶다.

 

실패가 비난의 대상이 아닐 수 있는 나라.

그래서인지 너도나도 작가고, 시인이고, 예술가일 수 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또한, 프로체스선수였다가 기자, 건설회사 중역, 신학자, 음반 프로듀서의 직업을

고루고루 맛본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글쎄.. 나처럼, 뭐 하나 뚜렷하게 잘 하는 것 없이

이것저것 흥미만 많은 사람에겐 아이슬란드가 딱이다.

게다가 주말이면(당.연.히.) 흥건하게 취해 있는다쟎아!!!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서 행복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행복'이란 것이 고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행복이란 아이를 해부대위에 올려놓고 보니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다.

이 세상에서 '고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건 없지 않을까? 놀라운 깨달음이다.

내 뒤통수를 아주 쎄~게 때린 한 마디는

불행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동전이라는 구절이었다.

이 문장은 아마도 '눈물이 많다고 해서 나약하다는 증거는 아니야.'라는

나의 오래된 합리화 문장과 함께 고이고이 내 머릿속에 저장될 것이다.

 

여행이랍시고 어떤 나라를 방문해서 불쾌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을까?

기본적으로 난 <여행>이란 꼬리표만 붙여준다면 안 그럴 자신이 있다. 어디서든.

<여행>지는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그곳이 내가 사는, 살아가야 할 곳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래서 난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 다른 나라에서 살더라도

"나는 여행을 하고 있어."라고 마음먹기로.

어차피 인생 자체도 여행이 아닐까?

 

"사람의 목적지는 결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확신.

이 말은 프롤로그에 나온다.

똑같은 장소이거나, 두려운 장소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여유만 있다면,

또한 약간의 행복을 위해 약간의 자기기만을 허용할 수 있다면,

난 지구별에서 행복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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