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친구 엘링입니다 - 시즌 1 엘링(Elling) 1
잉바르 암비에른센 지음, 한희진 옮김 / 푸른숲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무게는 가볍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엘링 시리즈의 첫번째 시즌,

'나는 내 친구 엘링입니다'는 제목부터 처절하다.

(내 표현이 더 처절한가?)

 

이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책 속에선 엘링이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당연하지, 대부분이 엘링의 독백이니까.

하지만 엘링의 입을 통해서

이 사람이 32년을 엄마하고만 살아왔고,

얼마 전 엄마가 죽어서 혼자 살아야만 하고,

신문도 읽고 나름 똑똑하고 솔직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데는 서투른,

그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자폐적이고 편집증적인 성향이 약간 있고,

사회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 것 같고,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솔직하고 공정하다.

 

맞은 편 아파트의 할머니를 시작으로

동네 주민들을 관찰하는 엘링으로부터

대놓고 말하긴 당혹스럽지만

우리도 그런 욕망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뭔가 성적이고 은밀한 것을 보고 싶어서

엿보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다만, 애정이었고 궁금증이었을 뿐이다.

 

또 하나, 대놓고 말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건,

우리도 우리의 상상으로 현실을 만들어나간다는 거.

엘링은 그게 좀 극적으로 지나칠 뿐,

우리도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서

저 사람은 저럴거야~ 라고 지레짐작하고

스스로 그 사람에 대한 형상과 이미지를

만들어나가지 않느냔 말이다.

 

우리 모습의 극단적인 사례를 엘링이 보여주고 있는 듯 했고,

책을 덮을 즈음,

작가가 써놓은 '우려'를 읽게 됐다.

작가는 독자들이 엘링의 모습을 우리의 미래상으로 보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혹은 현재 모습에 대한 비판이랄까? 암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작가는 독자들이 엘링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슬퍼하게 되는 걸 걱정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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