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느린 파장이 계속 될 것 같다. 책을 훔치는 소녀, 리젤 메밍거의 이야기. 두 권이나 되는 분량임에도 이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끝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많이 아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여러 번 날 놀라게 한다. 약 60년 전의 참담했던 독일을 이야기하는 내 또래의 젊은 작가. 눈에 보이는 글, 말의 아름다움. 등장인물들의 착한 영혼들.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죽음의 신. 마지막에 눈물을 줄줄 흐르게 했던 (그러면서도 아름다웠던) 결말. 단어들을 입 안에 굴리면서 아껴 읽게 만든 소설. 예를 들어, " 나무바닥이 깔린 넓디넓은 텅 빈 땅에 그 한 단어가 홀로 서 있었다. " " 소녀는 손톱으로 첫번째 책꽂이를 쓰다듬으며, 손톱이 각 책의 척추를 가로질러 미끄러지며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죄송해요, 이런 건 묻는 게 아닌데.." 리젤은 문장이 스스로 죽게 내버려두었다." " 이만큼의 선이 있으면, 이만큼의 악이 있다. 그냥 물만붓고 섞어주어라. " (1권에서만 추린 말이다.) 누군가 어떤 책을 읽을지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이 책을 권해주겠다. 이 책은 아직 2008년이 다 가지 않았지만 내 서재에서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가 되었다. 정말 아름다웠던, 리젤의 집 지하실에 살았던 유태인 막스의 생일 선물. 그리고 막스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리젤이 가져온 열 세가지의 조그만 선물들.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시장 부인이 리젤에게 주는 배려와 따뜻한 마음. 한스 후버만의 아코디언과 로자 후버만의 "자우멘슈!" 또는 "자우케를!"... 잊지 못할 게 너무나 많은 슬프고 아름답고 따뜻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