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기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한편씩 한편씩 아껴 읽었던 터라 각각에 대한 감상만 해도 아낀 시간만큼 농축되어있는 것 같다. 다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다섯개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뭘까? 가장 큰 키워드는 "여성"이 아닐까 싶다. 여자들의 이야기다. 너무 까집고 뒤집어서 불쾌하기까지 한, 그렇지만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인간의, 혹은 여자들의 속성이 한편마다 고유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공감하고 욕하고 슬퍼지면서도 이것이 곧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불편한 자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말하는 솜씨는 또 어떤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씨의 소설은 한때 내가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샀던 소설이었다. 이야기에 감칠맛이 난다. 난 소설은 좋아하지만 중단편들을 묶어놓은 '소설집'은 별로 끌리지 않는 편이다. 각각이 짧으면서도 하나의 견고한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소설집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니까. '환각의 나비'같은 소설집은 무조건 당선작이라고 실어놨다기 보다는 하나의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아까 말한 "여자들의 이야기"같은) 줄줄이 달려있는 다양한 맛의 열매같아서 정말 아까워하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