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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신혼여행 내내 가방 속에 묵직하게 자리잡아 내 어깨를 아프게 하고 나 대신 가방을 들어준 두부씨를 짜증나게 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이 책의 겉표지를 벗기는 순간 어라, 그냥 '불안'에 관한 책이 아니쟎아..하고 깨달았다. 이 책의 원제목은 "STATUS ANXIETY".
콴타스 비행기 안에서, JAL 비행기 안에서, 아시아나 비행기 안에서, 케언즈 어느 리조트의 침대 위에서, 에어즈락 리조트 수영장 벤치에서, 시드니의 화장실(--)에서..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에 대해 이렇게 두꺼운 분량으로 할 말이 있을까..하는 이 책에 대한 내 불안은 첫 몇 페이지를 읽고 싹 가셔버렸다. 온갖 상식과 역사가 시의적절하게 유머를 곁들여가며 이어지고 있었다. 굉장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도 철학으로 풀어내는 작가. 라고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잣대(돈과 명예 같은..)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알맹이라는 것을 길~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또 그러면서도 아카데믹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인천으로 올 때 탔던 아시아나 비행기의 월간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 다운시프트
- 돈보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생활형태.
- 많이 소비하기 위해 많이 일해야 하는 생활이 과연 행복할까?
- 어쩌면 우리는, 언제일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송두리째 희생하는 삶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시작점에서 우리 부부의 인생관에 대해 긴 토론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어쩌면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부는 너무 아둥바둥 살다가 다 늙어서 아무 보람없이 애 키우다가 시간이 다 갔다는 둥..세월을 탓하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요즘의 대한민국 사회는 어쩌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분유값에 기저귀값에, 교육비에 등골이 휘어지게 만들지 않느냔 말이다...
그러다보면 알랭 드 보통이 지적하듯 돈과 사회적 지위에 안달복달하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일하다 죽게될까봐, 난 그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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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몇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 중에 "예술"이 나에겐 크게 와닿았다.
왜 우리가 희비극을 보는지, 왜 소설을 읽는지, 예술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어떤 심리가 되는지를 잘 설명해놨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사람이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내 마음을 쿵 내려치는 말.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