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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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1965년에 쓰여진 아마도 첫 작품인 듯한 소설이다. 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중에 이 작품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두 개를 아주 좋아라한다.

사실, 무척 어렵다. 소설이라지만 철학같기도 하고 역사같기도 한.. 그리고 인물들의 독백이 하나같이 엄청난 집중력을 동원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심리의 묘사가 너무나 적나라해서 내용이 선정적이지 않은데도 윤리적인 수치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세상에..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같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는 동유럽의 역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음악사조를 배우면서 "국민악파"이던가....자기 민족의 긍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음악 사조가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밀란 쿤데라는 문학 부문에서의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체코 출신의 작가가 그려내는 동유럽의 공산주의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엮어져나가는 주인공들의 치밀한 심리묘사. 어쨋든 어렵다.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주인공 얀이 뒤늦게 깨달은 대로 복수는 예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복수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동안 적은 더 이상 예전의 적이 아니며, 주인공 역시도 예전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복수의 색채가 바래버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썼다고, 이 소설이 복수극에 관한 이야기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부분이 기억이 남았다.

 

문장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문장이 설명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심경의 변화라든지, 생각을 따라가는 게 어렵다. 이 책도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아직 다섯장 정도 남겨놓고 다 읽지는 못했지만, 다 읽은 셈 치고 감상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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