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훨씬 이전에 같은 작가가 지은 책을 두 권 읽었었는데

하나는 '적의 화장법', 하나는 '살인자의 건강법'이다.

'적의 화장법'은 그 제목도 특이하지만 내용도 너무 놀라워서

젊고 이쁜 프랑스 출신의 이 여자 소설가한테 흠뻑 빠져들었었다.

그런데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고는

제목에서부터 예측가능한 내용, 그리고 그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 충실함 때문에 잠시 실망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 특유의 뭔가가 두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공격', 원제목 'attentat'..은

다시금 아멜리 노통브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게 만든다.

이 여자의 이야기는 항상 '설정'이 핵심인 것 같다. 그 기발함이란!!!

 

절세 미녀와 콰지모도라 불리는 추남..

(콰지모도는 노틀담의 꼽추에 나오는, 에스메랄다라는 집시 여자를 사랑한 꼽추랍니다.)

어찌보면 노틀담의 꼽추를 닮아있는 구조지만, 여기서의 두 주인공은 그 성격부터가 좀 다르다. 이 추남-이름이 에피판이다-은 콰지모도처럼 착하고, 순수하고, 그늘에 숨어서 절세미인을 훔쳐보기만 하는 소극적인 비극의 주인공은 아니란 것.

완전 반대다.

추한 몰골만큼 뻔뻔스럽고, 욕구에 충실하고, 음흉하고....거의 '추함'의 상징이랄까.

 

여자는 또 어떤가. 에텔이라는 이름의 이 여배우는 예쁘다고 재수없게 굴거나 불친절하거나 요새말로 싸가지 없는 여자와는 거리가 멀다. 착하고, 친절하고, 에피판말로는 신성하기까지 하다.

 

결국 에피판의 사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자격은 없을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건 나한테 충분히 온 것 같으니까.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에 있는 게 아니라 내면에 있다.... 라는 식의 전혀 쓸데없는 이야기-위선적인-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미스~'를 뽑는 대회의 시리즈마다 반복되는 그런 말, 사실 그 심사위원들이 보는 건 말과는 다르게, 그 대회에 나온 여자들의 마음이 아니라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 사이즈, 키, 몸무게.. 그런 거 아닌가?

그리고, 아름다움을 정형화하려는 그네들때문에 사람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도 싫다.

아멜리 노통브는 이런 것에 대해 에피판의 입을 빌려 정말 신.랄.하.게.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인간에게 어떤 것의 가치를 깨닫게 하려면 그에게서 그것을 빼앗는 수밖에 없습니다.'

 

와 같은 의미심장한 구절들도 많았지만,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난 세상에서 가장 못생겼지. 그게 바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는 증거야. 나는 네 아름다움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고, 넌 내 추함으로만 더럽혀질 수 있으니까.'

 

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담무쌍한 사랑고백...

입이 떡 벌어진다. ㅋㅋㅋㅋ

 

그리고 잠시 배를 잡고 웃었던 구절...

에피판이 일본에 가서 어느 호텔에 묵으면서 에텔에게 보낸 팩스에서..

 

'방안에 스위치가 한 40개는 되는 것 같은데, 용도가 모두 한자로 적혀있어. 어디에 쓰이는 것들인지 하나씩 다 켜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나. 혹시 소파 발사 장치나 자동 할복 장치일까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